‘희대의 탈옥수’ 신창원(53)이 최근 교도소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조용히 속죄하겠다”고 밝힌 옥중 편지 내용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탈옥수 신창원

지난 8일 SBS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는 1997년 부산교도소 탈옥 이후 도주 과정에서 신창원이 남겼던 일기장과 신창원의 도주를 도왔던 여성 15명의 이야기 등 그간 공개되지 않은 신창원의 ‘도주 907일’을 방송했다.

신창원은 강도살인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8년째 복역 중이던 1997년 부산교도소에서 탈옥했다. 교도소 내 노역 작업 중 얻은 작은 실톱 날 조각으로 4개월간 하루 20분씩 톱질해서 화장실 쇠창살을 잘라내고, 건물 외벽 환기통을 타고 내려가 신축 공사장에서 주운 밧줄로 교도소 담장을 넘어 탈출했다.

경찰이 그를 다시 잡기까지는 2년 6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 신창원이 도망 다닌 경로는 총 4만㎞가량이라는 추계도 나왔다. 당시 체포 직전까지 갔다가 번번이 경찰을 따돌려 ‘희대의 탈옥수’라는 소리를 들었다. 범죄자로는 처음으로 인터넷 팬카페가 개설됐고, 그가 부잣집에만 들어가 절도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의적’이라고 칭송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신창원 신드롬’은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살던 신창원을 알아본 한 가스레인지 수리공의 신고로 끝났다. 체포될 때 그가 입었던 알록달록한 셔츠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당시 경찰도 일각의 신창원 옹호 여론을 의식, 수사 결과 발표에서 “그는 교활한 범죄자에 지나지 않는다”며 “탈옥 후 어린이 돌 반지를 훔치는 등 90여건의 강도·절도 범죄를 통해 총 5억원을 털었고 그 돈을 모두 탕진했다”고 강조했다. 신창원은 최종심에서 징역 22년 6개월을 추가로 선고받았고, 지금까지 독방에서 생활 중이다.

신창원

방송에 따르면, 신창원이 2년 6개월의 기간을 도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 15명에게 도움을 받았기 떄문이다. 이후 신창원은 재수감됐고 교도소에서 고입,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한다. 또 그는 다른 재소자들의 심리상담을 해주고 싶다는 이유로 현재 심리학을 공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옥중에 있는 신창원과 나눈 편지를 공개했다. 방송 제작진은 이번 화를 준비하면서 신창원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에게 직접 답장이 왔다고 한다.

신창원은 이 편지에서 “안녕하세요. 편지 잘 받았습니다”라며 “이틀 동안 고민을 많이 했지만 사형도 부족한 중죄를 지은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썼다. 그러면서 “모두 자기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이곳에서 조용히 속죄하며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신창원은 지난 2월 ‘용변 볼 때도 방범카메라(CCTV)에 노출되는 등 교도소에서 20년 이상 과도한 감시를 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2019년에 실시한 교정심리검사 결과에서 일반 수형자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20년 넘게 과한 감시가 이뤄지는 것은 사생활 비밀과 자유가 제한됐다고 볼 수 있다”며 광주교도소 측에 시정을 권고했다. 이에 법무부는 신창원이 수감된 광주교도소의 CCTV를 제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