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든든한 친구이자, 또 형제 같은 트롯맨들과 앞으로 함께 열심히 걸어나가겠습니다. 팬분들도 저희의 친구가 되어 주실 거죠?”
앵콜송 ‘친구여’를 선창하기 전 임영웅이 건넨 이야기에 응원봉이 물결처럼 나부낀다. ‘친구’라는 단어에 박수 소리 데시벨이 더욱 상승한다. 10월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산의 뜨거운 밤은 열정과 흥분, 기쁨과 눈물로 뒤섞인 감흥으로 휩싸였다.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30일부터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전국투어 콘서트’. 19인의 트롯맨들이 출연했던 서울 콘과는 달리 톱 6 위주의 공연으로 꾸려지지만, 서울 콘 멤버들 돌아가며 매회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는 방식이다. 부산에 온 첫날은 지난 8월 21일 콘서트 연기 이후 오랜만에 콘서트를 재개한 설렘이 넘실댔다면, 둘째 날은 더욱 부산을 즐기며 분위기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첫날, 부산과의 인연을 ‘맛보기’로 보여줬다면 둘째 날은 부산사람이 된 듯 술술 풀어놓았다.트롯맨 톱6는 1일까지 이어지는 5회 공연으로 부산 콘서트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 광주로 향한다. 이틀간의 부산 공연을 바탕으로, 임영웅부터 멤버들 각각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부산 와서 살고 싶어요" 팬서비스도 진(眞)! 콘서트 히어로 임영웅
T자형 무대 중앙에서 팬을 향해 걸어나오는 순간도 런웨이로 만들어버리는 그. 흰색 슈트에 검정 셔츠를 입고 성큼성큼 걸으며 “미스터트롯 제1대 진 임, 영웅입니다”라는 이야기에 이미 박수가 마중 나가 있다. 어디선가 정적을 깨고 굵직한 목소리로 퍼지는 “임영웅 멋있다! 임영웅 파이팅!” 함성 자제였지만, 남성 어르신의 외마디 외침에 곳곳에서 플래카드가 춤을 춘다. “아이고 아버지 감사합니다.” 안전수칙을 다시 한 번 당부한 그는 “부산에 친한 친구가 있어서 친숙하고 익숙한 부산입니다”라고 허리 숙여 다시 인사했다. 친숙함 때문일까. 임영웅은 눈 땡글 입쫑긋 표정으로 가끔 너스레도 떨었고, 팬들과 한번씩 더 눈 맞추려 하며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갔다. 톱 6위주여서 서울콘보다 좀 더 여유로운 진행에 마음에 담긴 말을 더 많이 꺼내놓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명 시절 해운대 버스킹을 했던 그가 몇 년 뒤 해운대 벡스코 무대에서 ‘진’ 타이틀을 걸고 수천 명의 관객 앞에 설 거라고 그때는 예상했을까. 딱 5개월 전 부산 친구의 결혼식장에 달려가 깜짝 축하를 불러줬던 그 친구를 소환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친구일 수도 있지만 무대에 선 그는 곧 객석의 수많은 팬을 ‘친구화’ 시켜 버렸다. “부산에 와서 살고 싶어요. 부산에 먹을 게 너무 많아요. 저 돼지국밥 만날 먹을 수 있어요! 방금도 뒤에서 씨앗호떡 먹고 왔습니다. 가슴 두근거리는 추억 만들고 가세요. 여러 가지 중 가장 두근두근하는 거 여러분 만나뵙고 노래하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분 눈빛을 보는데, 아이고 심장 떨려. 이 심장 떨리는 마음이… 사랑이 이런 건가요? 으이예!”
‘사랑이 이런 건가요’ 노래를 부르기 앞서 벌인 만담에 여기저기서 손발을 콩콩거리며 “내가 다 심장 떨려예”라는 말이 이어진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어깨를 앞뒤로 들썩이더니 부산 공연 팬들과 사랑에 빠져든 듯 눈을 감고 분위기를 몸으로 느껴갔다.
‘바램’으로 개인 무대를 연 임영웅은 ‘보라빛 엽서’ ‘일편단심 민들레’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미스터트롯’ 경연 중 화제를 모았던 노래를 부른 데 이어 첫날은 없었던 ‘데시파시토’로 다시 한 번 무대를 들썩들썩. 둘째 날 특별 게스트인 황윤성과 호흡을 맞추며 검은 티셔츠, 체인이 걸린 찢어진 검은 바지에 선글라스까지 진중함과 잔망미, 귀여움, 섹시함을 오가며 일명 ‘떡볶이송’(‘빼간도 뽀끼또 아 뽀끼또(가까워질거야, 조금씩 조금씩’ 가사 부분이 또뽀끼, 떡볶이로 들린다는 것)을 유려하게 연출해냈다. 함성을 자제해도 본심은 다 막을 수 없었는지 “임영웅 잘생겼다”라는 소리가 이따금 객석에서 튀어나왔다. 공연장서 속마음을 제대로 다 풀어내지 못한 때문일까. 공연장을 나서고 나서야 야외에서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듯 “히어로 사랑해. 나 소원 풀었다”라는 팬들 목소리도 더러 들렸다.
이날 또 하나의 화제 장면은 정열적인 데스파시토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 임영웅이 ‘사랑의 콜센타’ 등에서 선보인 뒤 ‘차트 역주행’을 불렀다는 스탠딩에그의 ‘오래된 노래’에서 탄생했다. 검은색 재킷으로 무대에서 ‘환복’한 그는 노래 중간 무대 끝쪽에서 플래카드와 영웅시대 티셔츠 등으로 장식한 팬을 향해 무릎을 접고 앉아 눈을 마주치기 시작했다. 잦아드는 반주는 이내 암전된 듯 조용해지고 마치 초현실적인 공간이 따로 만들어진 듯, 오롯한 목소리 하나로 무대를 끌어갔다. “운명처럼 아니면 우연처럼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만날 수 있다면” 청아한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그를 바라보던 중년 여성들은 모두 소녀가 된 듯 눈가가 반짝반짝해져 갔다. 하루 24시간 365일 모두에게 주어진 똑같은 시간, 그 시간을 임영웅은 평생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 중 하나로 바꿔놓고 있었다.
첫날 정동원과 ‘두 주먹’ 듀엣을 펼쳤던 임영웅은 둘째 날엔 황윤성과 강태관의 가세로 ‘뽕다발’을 이뤄 ’10분 내로' ‘곤드레만드레’ ‘한 오백년(강태관 무대)’ ‘멋진 인생’ 메들리를 펼쳐냈다. 핼러윈이었던 10월 31일 공연에선 막바지에 멤버들이 핼러윈 분장을 하고 등장해 더욱 흥을 더했다. 드라큘라 백작으로 분장한 임영웅은 검은 망토에 드라큘라 이 모형을 끼고 나와 멤버들의 목을 무는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거나, 이빨을 끼고 웅얼한 발음으로 “괌사함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마지막 헤어지면서 팬들을 향해 손키스를 계속 날리던 그는, 멤버들이 각각의 팬클럽 이름을 말하며 “감사하다”고 하자 모습이 사라지기 일보 직전 긴 목을 쭉 빼들고는 “영웅시대가 최고야”라고 외치며 검은 무대 뒤편으로 부산의 긴 밤을 향해 사라졌다.
☞이어 영탁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