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 /조선일보DB

이른바 ‘풀소유’ 논란으로 속세에서의 모든 활동을 중단한 혜민 스님이 승려가 된 이후 미국 뉴욕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혜민 스님은 의혹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2일 연합뉴스는 혜민스님이 승려가 된 이후 부동산을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등기 이력을 공개했다. 미국 뉴욕시 등기소 웹페이지에서 내려받은 ‘라이언 봉석 주(RYAN BONGSEOK JOO)’라는 인물의 부동산 등기 이력 문서를 분석한 결과 그는 2011년 5월 외국인 B씨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주상복합아파트 한 채를 약 61만 달러(약 6억 7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라이언 봉석 주는 미국 국적인 혜민 스님의 속명이다. 혜민 스님은 명상 앱 ‘코끼리’를 출시한 주식회사 마음수업와 관련해서도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법인 등기부 등본에 ‘대표이사 미합중국인 주봉석(JOO RYAN BONGSEOK)’으로 기재한 바 있다. 뉴욕에 아파트를 사들인 라이언 봉석 주와 혜민 스님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라이언 봉석 주와 B씨는 아파트 매입 당시 약 45만 달러(약 5억원)를 대출받아 매매 자금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이 매입한 아파트의 면적은 923평방피트로, 약 85.7㎡(25.9평) 넓이다. 현 시세는 2011년 매입가의 2배가량인 120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

30층짜리 이 주상복합 건물은 2010년도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는 수영장과 헬스장을 갖췄고, 주변에 흐르는 이스트리버(East River)가 보이는 ‘리버뷰’ 조망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등기 이력에 두 사람이 주상복합 아파트를 사들인 기록만 있고, 매도한 기록이 없어 2011년 이후 계속 보유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들은 2006년 미국 뉴욕 퀸스지역 내 한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샀다가 수년 뒤 팔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뉴욕 브루클린의 주상복합 아파트 매입· 보유 의혹과 관련해 혜민 스님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여러 번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고 했다. 혜민 스님도 보도 이후 이날 오후까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혜민 스님은 1973년 대전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하버드 대학원에서 석사,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뉴햄프셔대 교수를 지내다 한국에 왔다. 유학 시절인 1998년 휘광 스님을 은사로 뉴욕 불광사에서 출가했다. 2000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으며 예비 승려가 됐고, 2008년 직지사에서 비구계를 받고서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식 승려가 됐다. 조계종은 종단 법령인 ‘승려법’으로 소속 승려가 종단 공익이나 중생 구제 목적 외에 개인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혜민 스님은 최근 남산타워가 보이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것이 방송에 공개돼 ‘건물주 논란'이 일었다. 이 주택은 2015년 8월 8억원에 사들였다가 2018년 3월 고담선원이라는 단체에 되판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고담선원 사찰의 대표자는 ‘주란봉석’이고, 이곳의 주지 스님은 혜민 스님이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베스트셀러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인 현각(56) 스님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예인’ ‘도둑놈’ ‘기생충’ 등 원색적 용어로 혜민 스님을 비판했다.

혜민스님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15일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며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고 했다.

현각 스님은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우님' 혜민 스님과 70분간 통화했다”며 “사랑, 상호 존중, 감사의 마음을 나눴다”고 밝혔다. 현각 스님은 영어로 쓴 이 글에서 ‘아우님’만 한글로 써서 강조해 사실상 화해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내가 조계종에 속하든 그렇지 않든, 혜민 스님은 내 영원한 진리의 형제일 것이고 그의 순수한 마음을 존중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