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현우(45)씨는 얼마 전 거실에 TV를 없애고 대신 TV가 있던 벽면 전체를 책장으로 바꿨다.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홈오피스’를 꾸미려는데, 큰 투자 없이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집 안의 서재화’였다. 밀어서 열 수 있는 레일 책장을 이용해 각종 서류를 보관하고, 인테리어용 화분도 올려 넣으면서 집에서 입을 수 있는 의상 수납함도 만들었다. 해외와의 화상회의가 많아 언제든 거실은 업무 공간이 됐다.
서울 상암동에 사는 유명 방송 작가 이모씨는 거실을 사무실화했다. 인테리어 회사에 의뢰해 사무실에서 쓸 법한 대형 회의 테이블부터 제작했다.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회사를 그대로 집으로 옮겨온 것. 대형 테이블은 식탁이자 회의 탁자 역할이지만 보통 식탁과 달리 테이블 밑에 수납공간을 다양하게 설치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면서 관련 가구 역시 매출 상승 곡선이다. 신세계 백화점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가 본격화한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프리미엄 오피스 가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미국 오피스 가구를 대표하는 ‘허먼밀러’나 다양하게 조립할 수 있는 모듈 가구인 스위스의 ‘USM’ 등이 인기다. 국내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오피스·서재가구’ 등 재택근무 가구 상품 역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기 전인 올해 1월 대비 지난 11월 2배 이상 판매됐다. 비싼 가구를 덜컥 들여놓기 부담스러운 경우 렌털을 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자노타,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 폴센 등 수십만~수백만원 제품을 최대 60개월 렌털하는 쇼핑 플랫폼 ‘로마드(LOMAD)’의 김홍규 대표는 “한 달에 커피 한두잔 값으로 고급 가구를 들여놓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바디 프렌드 라클라우드, 대명 소노시즌, 현대렌탈케어 등 국내 유명 브랜드들이 매트리스 렌털을 유행시킨 데 이어 가구 렌털 시장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고급 가구 렌털 전문 플랫폼인 하스(harth) 등이 글로벌 가구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등 가구 렌털이 코로나 리빙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간단한 소품을 이용한 공간 분리 인테리어도 최근 인기. 얼마 전 ‘5만원으로 투룸 같은 원룸 만들기’ 등의 기획전으로 화제를 모은 ‘오늘의집’ 관계자는 “휴식 공간과 생활 공간의 분리가 가능한 파티션(칸막이)은 좁은 집에도 안성맞춤이어서 최근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 추위엔 사용하기 쉽지 않지만 날 좋은 가을엔 베란다(발코니)에 책상을 넣어 ‘미니 사무실’로 쓰는 인테리어도 인기를 끌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자유롭게 배치가 가능하고 수납 기능까지 갖춘 공간 박스는 젊은 층 사이에서 ‘만능템’이라 불리고 있고, 가리개 커튼이나 가벽 등을 설치해 한정된 공간 안에서 주거 공간과 사무 공간을 분리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