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년 내내 신종 코로나에 시달렸지만 꽃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습니다. 일상이 그리워 꽃에 더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한국인이 가장 궁금해 한 꽃은 무엇일까요. 꽃이름 검색 앱 모야모에 올 1~10월 꽃 이름을 묻는 질문이 가장 많은 꽃 100가지를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1위는 올해 1만건 가까운 질문(9116건)이 올라온 큰금계국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30건 정도 질문이 올라온거죠. 큰금계국은 6~8월 도심 화단은 물론 도로변, 산기슭에서 노란 물결을 만드는 꽃입니다. 한마디로 여름 대세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혀꽃 전체가 노란색입니다. 예전 코스모스만큼이나 흔히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금계국은 보기 쉽지 않은데, 혀꽃 안쪽에 붉은색 무늬가 살짝 있는 점이 큰금계국과 다릅니다. 꽃도 큰금계국보다 좀 작습니다. 큰금계국과 금계국 둘다 북미 원산의 외래종입니다. 금계국이라는 이름은 꽃색깔이 황금색 깃을 가진 ‘금계’라는 새와 닮아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두번째로 많은 질문(7990건)이 올라온 건 개망초입니다. 개망초 역시 여름에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개망초는 잡초지만 꽃의 모양을 제대로 갖춘, 그런대로 예쁜 꽃입니다. 하얀 꽃 속에 은은한 향기도 신선합니다. 흰 혀꽃에 가운데 대롱꽃 다발이 노란 것이 계란후라이 같아 아이들이 ‘계란꽃’ 또는 ‘계란후라이꽃’이라 부릅니다.
반면 망초는 꽃이 볼품 없이 피는듯 마는듯 지는 식물이죠. 망초라는 이름은 개화기 나라가 망할 때 전국에 퍼진 풀이라고 붙여진 것입니다. 보통 ‘개’자가 들어가면 더 볼품 없다는 뜻인데, 개망초꽃은 망초꽃보다 더 예쁩니다. 망초·개망초는 바랭이·왕바랭이 등과 함께 잡초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세번째로 질문이 많은(6258건) 건 의외로 산딸나무였습니다. 5~6월 하얀 꽃잎(정확히는 포) 4장이 모여 피는 꽃이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원래 산속에서 자라는 나무였으나 꽃이 예뻐서 공원이나 화단에도 많이 심습니다. 이름은 가을에 딸기 같은 붉은 열매가 달린다고 붙은 것입니다. 이 열매, 의외로 먹을만합니다.
다음은 큰개불알풀입니다. 꽃은 빠르면 1월부터 거의 일년 내내 핍니다. 하늘색 꽃에 짙은 줄무늬가 있는데, 냇가 등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꽃을 보고는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할 수 없는데, 열매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불알풀은 꽃이 작고 연분홍색입니다. 이런 이름이 부르기 민망하다고 흔히 큰봄까치꽃, 봄까치꽃으로 바꿔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5위는 조팝나무입니다. 4~5월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꽃 핀 것을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흰색의 작은 꽃이 다닥다닥 핀 가지들이 모여 봄바람에 살랑거린다면 조팝나무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봄에 서울 청계천에 가면 화단에서 새하얀 조팝나무 가지들이 너울거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팝이라는 이름은 햐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박힌 것이 좁쌀로 지은 조밥 같다고 붙인 것입니다. 조밥을 연상시킬만큼 작은 꽃들이 뭉쳐 달립니다. 조팝나무는 ‘신부의 화관(bridal wreath)’이라는 멋진 영어 이름을 가졌습니다.
6위는 샤스타데이지입니다. 6~9월 흰색의 꽃이 줄기 끝에 한 송이씩 피는 원예종입니다. 가을에 피는 구절초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름구절초라고도 부릅니다. 키는 40~80㎝ 정도이고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습니다. ‘샤스타’는 미국 인디언 말로 흰색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7위는 수레국화입니다. 다양한 색깔이 있는데, 보랏빛을 띤 청색이 주를 이룹니다. 유럽 원산의 원예종이지만, 일부는 야생에서 자라기도 합니다. 넓은 꽃밭이나 도로를 낸 언덕 등에 많이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국화(國花)입니다.
8위는 가우라입니다. 흰색 또는 옅은 분홍색으로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피는 꽃입니다. 꽃이 오래가 화단이나 길가에 많이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이 피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나비 같다고 나비바늘꽃, 또는 백접초라고도 합니다. 이런 좋은 이름이 있는데, 왜 굳이 가우라(이 꽃의 속명)라는 외래어를 추천명으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9위는 명자나무, 10위는 병꽃나무입니다. 명자나무는 초봄 새빨간 꽃이 피는 나무입니다. 공원 등의 생울타리로 많이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산당화라고도 부릅니다. 병꽃나무는 4월 꽃이 황록색에서 시작해 붉은색으로 변하며 핍니다. 생울타리로 여기저기에 많이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이 병 모양 같다고 붙은 이름입니다.
1~10위 순서를 보면 거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서와 같습니다. 그 이후로 보이는 꽃사과, 송엽국, 비비추, 분홍낮달맞이, 제라늄, 라일락 등도 주변에 흔한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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