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여러 선천성 질환들에 대한 선별검사를 한다. 하지만 신생아 난청에 대한 선별검사 필요성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난청은 놀랍게도 신생아에게 매우 흔한 선천성 질환이다. 여러 통계 자료에 따르면, 난청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1000명 중 1명에서 6명까지의 신생아가 난청을 갖고 태어난다. 그중 1~2명 정도는 거의 듣지 못하는 양측 고도 난청이다. 2016년 WHO(세계보건기구)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어린이 중 약 3200만명이 난청이라고 한다. 신생아 난청의 50% 정도는 유전성이며, 나머지 50%쯤은 출생 전후의 바이러스 감염이나 미숙아, 기계 호흡 등의 출산 합병증 등으로 발생한다.

영유아의 청력 발달 상태 체크리스트

◇생후 2~3개월, 소리 자극 필수

신생아와 유·소아 시기의 정상적인 청각 발달은 언어·인지 능력 발달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가장 기본적 요소다. 청각을 담당하는 대뇌의 청각피질 영역은 소리 자극에 의존해 발달하게 된다.

출생 후 2~3년 내에 청각피질 영역의 발달이 대부분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적절한 소리 자극을 해서 대뇌를 발달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태어나면서부터 난청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난청을 발견하여 보청기나 인공 와우(달팽이관) 등을 통해 청각 재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게 필수적이다.

난청의 조기 발견과 조기 청각 재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된다면 언어 발달과 학습 발달뿐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엔 의학이 발달하면서 전혀 못 듣는 양측 심도 난청 아이들도 인공 와우 이식 등 수술을 통해 다시 들을 수 있고 정상적인 언어 발달이 가능하다.

◇생후 6개월 내 치료 시작해야

미국 영유아청각협회와 WHO는 신생아 난청에 ‘1-3-6 원칙’이란 걸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생후 1개월 이내 신생아 청각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어느 귀라도 재검 결과가 나온 경우에 보청기, 언어 검사·치료 등의 청각 재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생후 3개월 이내에 난청 여부를 확진하기 위해 청성뇌간유발 반응 검사와 같은 정밀 청력 검사를 시행해야 하고, 여기서 최종 난청으로 진단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셋째, 생후 6개월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문제가 있을 경우 생후 6개월 이내에 난청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 연구에서 6개월 이내에 난청 치료를 시작했을 때 언어 발달의 예후가 좋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 있다. 실제 난청을 늦게 발견할수록 치료가 늦어지게 되고, 결국 뇌에서 소리를 잘 인식하지 못하게 돼 재활 치료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어린이들이 배우는 것 중 90%가 자기 주변의 대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난청을 방치하면 듣지 못하는 문제를 넘어 한 사람의 성장에 지대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신생아도 청력 검사 가능

신생아나 영유아 시기에 난청은 의심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난청을 가진 대부분 아이는 옹알이가 늦어지고 말이 느리게 발달한다. 그런데 부모가 이러한 증상을 자각하는 시기는 보통 생후 12개월 이후다. 이미 중요한 청각 재활 시기를 놓쳐버리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령에 따른 청력 발달 상태를 염두에 두고 이와 비교해 뒤처지면 난청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 갓 태어난 신생아의 경우 청력 검사의 시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어느 연령이든지 아이의 청력 검사가 가능하다. 특히 신생아의 경우 자동화된 뇌간유발전위 검사, 유발이음향방사 검사 등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난청 측정이 가능하므로 선별검사를 꼭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