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로 두 번째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가 콜슨 화이트헤드. /ⓒChris Close

“학대가 아주 오랫동안 이어졌고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는 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국 소설가 콜슨 화이트헤드가 플로리다주 도지어 남학교(Dozier School for Boys)에서 교화(敎化)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을 알게 된 것은 2014년이었다. 100년 넘게 소년들을 ‘훈육’하고 2011년 폐쇄된 이 학교의 이름은 지역 신문에 언급됐을 뿐 전국적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그때부터 생존자들의 회고, 신문 기사, 법의학 보고서에서 참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소설 ‘니클의 소년들’은 그에게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2016)에 이어 지난해 두 번째 퓰리처상을 안겼다. 100년 넘은 퓰리처상 역사(1917년 출범)에서 소설로 두 번 상을 받은 작가는 윌리엄 포크너, 존 업다이크 등에 이어 그가 네 번째다. 지난달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화이트헤드는 “도지어 남학교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패턴과 맞아떨어진다”며 “악한 이들은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교묘하게 처벌을 피하고 죄 없는 사람들은 이를 되갚아주지 못한다”고 했다.

2014년은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격에 숨진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들끓은 해였다. 해당 경찰관이 불기소 처분을 받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그 무렵 도지어 학교 이야기를 취재하던 작가도 의문을 품었다. 화이트헤드는 “언론에 나와 이야기하는 생존자 대다수가 백인이었다”며 “흑인들이 학교에서 어떤 일을 겪었을지 궁금해졌다”고 했다. 소설 속 ‘니클 아카데미’는 국가 제도의 잔혹성과 인종차별이라는 이중의 부조리가 중첩된 공간이다. 학대는 피부색을 가리지 않지만, 폭력마저 차별적인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매질을 당하고 ‘도망’으로 처리되는 것은 흑인 소년들만이다. 흑인 생존자인 주인공이 노년에도 공포에 몸서리치는 장면은 그런 차별과 폭력이 인간의 정신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게 살해당했고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지나간 불행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인간이 우를 되풀이한 꼴. 하지만 화이트헤드는 “젊은 사람들이 경찰의 무자비함과 멍청한 트럼프 정부에 반대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베이비부머나 X세대, 밀레니얼 세대보다는 세상에 해를 덜 끼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화이트헤드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선 자유를 향한 흑인 소녀의 탈주를 그렸다. 두 퓰리처 수상작만 보면 인종차별 문제에 천착해온 작가 같지만 그의 관심사는 훨씬 더 폭넓은 영역에 걸쳐 있다. 좀비와 전염병을 다룬 ‘제1구역’(2011)에서 SF적 상상력을 보여줬고 앞으로 시도할 장르에 대해선 “그건 나조차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데이비드 보위, 스탠리 큐브릭처럼 끊임없이 자기 스타일을 바꾸는 예술가들을 존경하며 자랐습니다. 다른 장르를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채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