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걱정이 가득한 표정의 보호자가 유치원생 자녀와 진료실에 들어섰다. 아이의 평발 때문이었다. 최근엔 평발뿐 아니라 휜 다리와 성장통으로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꽤 많다. 하지만 대부분 정상 발달 과정이라 진료가 크게 필요치 않다. 반면 골절상을 입었는데 초기에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해 뼈 변형이 심해진 채로 뒤늦게 소아정형외과에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아이 뼈와 성장판 건강할까

◇ 자연 교정되는 ‘유연성 평발'

어릴 때는 발의 유연성이 크다. 체중이 실리면 발 안쪽 아치가 사라지고, 체중이 실리지 않거나 까치발을 하면 발 안쪽 아치가 살아난다. 이를 ‘유연성 평발'이라 한다. 이를 ‘발 안쪽이 무너진다’거나 ‘발목이 꺾인다’고 표현하며 아이를 병원에 데려오는 부모가 많다. 그런데 불편감이 없는 유연성 평발은 대부분 정상이다. 만 5~6세 전에 자연 교정되고, 만 8~10세까지 남아있다 하더라도 서서히 교정된다. 깔창을 착용한다고 해서 무증상의 유연성 평발이 더 좋아지진 않는다. 다만 발이 불편하고 통증이 느껴지거나, 한쪽 발로 까치발 서기가 잘 안 되거나, 평발이 심해지는 느낌이 들거나, 만 8~10세 이후에도 평발이 지속되면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만 2세 이전의 ‘O자 다리'나 만 3~4세쯤의 ‘X자 다리(안짱다리)’는 대부분 정상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O자 다리 모양을 보이다가 만 2~3세가 되면 X자 다리로 바뀌고 만 5세 무렵 곧은 다리가 된다. 휜 다리 모양이 대칭적이고 점차 좋아지면 생리적으로 휜 다리이므로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다만 만 3세 이후의 O자 다리, 만 2세 이전의 X자 다리, 비대칭적인 휜 다리, 점점 악화되거나 키가 유난히 작은 경우엔 성장판 등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소아정형외과 진료를 권한다.

휜 다리 교정을 위해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보호자가 많다. 그런데 보조기의 휘는 힘이 뼈를 바로잡기보단 뼈 사이 관절을 비트는 데 작용하기 쉽다. 게다가 보조기는 아이가 자기 신체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질 아이에게 불편한 보조기를 착용시킬 필요는 없다.

◇ 골절 땐 성장판 손상 가능성 있어

성장통은 성장기 아이에게 근육통 형태로 온다.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1~2년간 아이가 종아리, 허벅지, 무릎이 계속 아프다고 하면서도 잘 뛰어놀고 잘 크면 성장통일 가능성이 높다. 성장통은 진료가 크게 필요치 않다. 하지만 다리를 절거나, 통증 때문에 뛰어놀지 않거나, 누를 때 아파하거나, 붓고 피부가 붉어지거나, 만지는 걸 싫어하거나(성장통은 마사지를 해 달라고 할 때가 많다), 관절 운동 범위가 반대편보다 줄어든 경우엔 성장통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소아 골절에서 중요한 건 성장판 손상 여부다. 소아 골절 환자 중 20%가 성장판 손상을 동반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뼈가 어긋난 채로 붙어서 커가면서 심하게 변형된다. 골절 후 초기 치료를 받아도 안심할 수 없다. 연골로 이뤄진 성장판은 엑스선 검사에서 잘 나타나지 않아 손상 상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골절이 의심되면 가능하면 부목으로 고정하고 신속히 소아정형외과를 방문해야 한다.

소아 골절은 양상이나 치료법이 성인과 다르다. 뼈를 싸고 있는 막인 골막이 두껍고 뼈가 유연해 외부와 부딪혔을 때 뼈가 완전히 골절되기보단 일부만 골절되거나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론 증상이나 뼈의 변형이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성장판 손상을 모르고 방치할 경우 성장하면서 심한 변형 등 성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골절상을 입었을 땐 소아 골격 성장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소아정형외과에서 신속하면서도 정교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