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났고, 2008년부터는 아내 멀린다와 함께 ‘빌앤멀린다게이츠 재단’ 활동에 집중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이사직,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이사직도 내놨다. “국제 보건과 개발, 교육 및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자선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 내린 결정이다.
게이츠는 지난 10년간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2000년대 중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에 저렴하면서 친환경적인 전기 공급을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지만 그 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이어야 했다.” 그는 2008년 신형 원자로 설계 등 원자력 혁신 방법을 연구하는 기업 ‘테라파워’를 창립했다. 2019년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에 출연해 인생 역정을 털어놓으면서 테라파워의 신형 원자로 개발 이야기도 했다.
정작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회의엔 개인 제트기를 타고 등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내 탄소 발자국 수치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혁신 기업에 투자하고, 쇠고기 패티 대신 인공육을 먹고, 포르셰 전기자동차 타이칸을 타고, 지속 가능한 비행기 제트 연료를 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빌 게이츠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트렸고, 백신 접종 과정에서 사람 몸에 추적 가능한 마이크로 칩을 심는다’는 음모론이 떠돌았다. 게이츠가 2015년 TED 강연에서 감염병 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 빌미가 됐다. 그는 “글로벌 팬데믹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예측했고 맞아들었지만 이런 해괴한(weird) 음모론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올 법한 악역이 실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안티 백신’ 음모론 때문에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꺼리면서 집단면역을 위한 ’80% 이상 접종'이 어려워질까봐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