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집 다큐멘터리 홍보 포스터가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포스터에 인류가 흑인종에서 황인종, 백인종으로 진화하는 듯한 일러스트를 그려넣은 것이다. KBS는 19일 문제의 포스터를 수정해 재배포하면서도 별다른 사과 표명은 하지 않았다.
인종차별 비판이 제기된 포스터는 지난 18일 나왔다. 오는 22일부터 방영되는 KBS 5부작 ‘호모 미디어쿠스'(Homo Mediacus·매체를 이용하는 사람)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포스터에선 인류가 호모 미디어쿠스로 진화하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표현하면서 과거 교과서에서 흔히 삽화로 쓰인 현생 인류의 진화 모습을 담은 그림을 차용했다. 통상 원시적이고 진화가 덜 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가장 진화한 형태인 호모 사피엔스까지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나열한다.
그런데 포스터에서 인류가 미디어 사용에 따른 진화에 따라 피부색이 점차 하얗게 변하는 식으로 그려내면서 문제가 됐다.
네티즌 사이에선 “경솔했다” “저게 인종차별이라는 걸 몰랐던 건가” “말단부터 최상위까지 문제를 걸러내지 못한 것인가”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박상현 칼럼니스트는 페이스북에 “다른 나라에서 이런 포스터가 나왔으면 엄청난 비난을 듣고 사과했을 수준인데 한국에서는 공영방송사에서 만든 인종차별적 이미지가 버젓이 돌아다닌다”고 했다.
시청자들의 비판 여론이 커지자 KBS는 19일 포스터를 수정해 재배포했다. 수정된 포스터에선 다섯 형태의 인물 모두 같은 색을 띄고 있다. KBS 측은 “포스터 관련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수정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제작 경위나 인종차별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한 별다른 사과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앞서 KBS는 국악에 기반을 둔 설 특집 음악 프로그램 ‘조선팝 어게인’ 무대 배경에 일본 전통의 성(城) 건축물 양식인 ‘천수각(天守閣)’을 닮은 전각을 띄워 왜색(倭色) 논란이 인 바 있다.
제작진 측은 “존재하지 않는 ‘용궁’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레퍼런스와 애니메이션 등을 참고해 제작했다. 일본성을 의도적으로 카피하지는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네티즌들은 “이게 수신료의 가치냐” “일본 공영방송이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