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트리밍 사이트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DJ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나를 위한 추천곡 리스트'였고, TV 음악방송은 신인들을 만나는 창이었다. 그 시절에는 마음에 드는 곡을 발견하면 카세트테이프 녹음 버튼을 눌렀고, 좋아하는 가수를 찾으면 CD를 샀다. 그렇게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었다.
국내에 처음으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된 건 2000년 2월 ‘벅스’다. 현재는 멜론·지니·벅스·플로 등 국내 사이트부터, 스포티파이·유튜브뮤직·애플뮤직·타이달 등 해외 사이트까지 선택 폭이 넓어졌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웨덴 기업 ‘스포티파이’는 지난 23일로 국내 진출한 지 50일째, 노르웨이 회사 아스피로가 출시한 ‘타이달’은 아직 국내 출시 전이지만 입소문만으로 계정을 우회해 사용하는 국내 음악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나와 가장 맞는 스트리밍 사이트는 무엇일까. ‘음악의 달인'에게 편애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물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스포티파이’
“전 ‘스포티파이’요. 어떤 노래를 재생한 후 자동으로 형성되는 추천곡 리스트가 예술이에요. 마치 제 마음속에서 꺼내온 듯하죠. 듣는 사람이 좋아하거나, 좋아했거나, 좋아할 만한 노래들이 거슬림 없이 꾸준히 나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를 재생했어요. 그럼 자동으로 관련 플레이 리스트가 생성돼요. 보통 첫 곡은 같은 아티스트의 유사한 노래예요. 비틀스의 ‘미셸’이 나오는 식이죠. 그 후에는 플릿우드 맥의 ‘랜드 슬라이드’ 등이 이어집니다. 마치 장안의 이름난 음악다방 디제이가 틀어주는 선곡 같죠. 단점은 국내 인기곡을 듣는 사람에게는 유용하지 않다는 거겠죠? 상대적으로 빅데이터가 적을 테니까요.”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의 ‘멜론’
“전 ‘멜론’을 제일 많이 쓰고, 제일 잘 쓰고 있습니다. 차트 등으로 현재 국내 가요 흐름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입장에서 멜론을 포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멜론에서 못 듣는 해외 음원은 유튜브로 들으면 되니까요.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는 플레이 리스트가 장점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건 ‘디깅(새로운 곡 발굴)’하거나 라디오처럼 남이 선곡한 좋은 곡을 배경음악(BGM)으로 깔아놓고 싶을 때 필요한 것이죠. 저처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모아놓고 듣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잘 찾아 듣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유용하지 않습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의 ‘애플뮤직’
“전 ‘애플뮤직’을 기본으로 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애플 기기들을 써와서 아이튠스에 구매 내역도 많고 애플 기기와의 최적화 수준도 가장 좋아서요. 자체 콘텐츠도 좋아요. 엘튼 존, 레이디 가가 등이 직접 진행하는 라디오부터 각종 영상 콘텐츠, 공연과 다큐 콘텐츠가 꽤 풍부하게 나와요. 단점은 아무래도 추천곡 서비스가 약하다는 거겠지요?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 같은데 선곡을 보면 스포티파이에 비해 너무 뻔하고 비슷비슷한 노래만 나오더라구요.”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의 ‘유튜브뮤직’
“저는 ‘유튜브 뮤직’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연계돼 유튜브 볼 때 장점도 누리고, 국내 음원사이트에 없는 해외 가수들의 음원이 서비스되기도 하고요. 라이브 앨범도 많고, 전용앱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괜찮아요. 단점이라면 국내 가요 가사가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가끔 노래 제목들이 한글이 아닌 영어로 표기돼 불편한 때도 있고요. 과거 국내 가요 음원들도 부족한 것 같아요.”
―정성민 프리랜스 번역가의 ‘타이달’
“전 ‘타이달’요. 정말 제대로 된 고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거든요. 데이터 소비량을 감안한 옵션도 다양해요. 플레이 리스트도 나쁘지 않고, 좋아하는 노래를 토대로 유사한 곡을 라디오처럼 들을 수도 있지요. 단점은 통신 인프라가 더딜 경우 잘 끊겨요. 한국 아티스트들이 적은 편이고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