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동 ‘송강’의 미나리가 듬뿍 들어간 복지리. 육수를 전날부터 찬물에 멸치, 양파, 파, 무, 다시마 등을 넣어 놨다가 아침에 출근해 두 시간 정도 끓이기 때문에 깊은 맛이 난다. 미나리는 마지막에 넣어 육수를 세 번 끼얹은 후 먹는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복어는 겨울에 살이 탱탱하고, 장어는 여름에 쫄깃쫄깃하다.

미나리는 벚꽃이 피는 봄부터 제철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복어와 장어 맛집으로 36년째 터줏대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송강(松江)’의 또 다른 별명은 미나리 맛집이다.

“저희는 불고기, 수육, 지리, 샤부샤부, 사시미 등 거의 모든 메뉴에 미나리가 다 나가요. 향긋하고 아삭한 미나리는 어디에 넣어도 잘 어울리지요. 영화 ‘미나리’ 속 명대사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인 것처럼 여러모로 포용력이 큰 식물이에요.”(송다해 송강 대표)

송강은 그 맛이 그리워 벼슬도 버리고 낙향했다는 고사성어 ‘순로지사( 莼鲈之思)’를 탄생시킨 송강 농어에서 따온 말. 서울에서는 잘나가는 장어나 복요리집 이름으로 자주 쓰인다. 방배동 ‘송강'에서 손님들은 장어와 복어를 미나리와 곁들여 먹는다.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등에서 고루 분포하는 미나리는 특유의 향으로 고기와 생선의 냄새를 지우는 효과가 있어 ‘한국 요리의 허브’라고도 불린다. 위장과 간 기능 개선, 콜레스테롤 배출, 혈압 상승 억제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 중국에서는 말려서 약재로도 쓴다. 숙취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이곳 미나리 복지리를 숙취약처럼 들이켜는 이유다.

그러나 수분이 93%에 비타민 C 등 수용성 영양 성분이 많아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좋다.

“저희는 미나리를 거의 마지막에 넣어요. 복지리에서는 마지막에 넣고 끓고 있는 육수를 세 번 끼얹은 다음 먹어요. 그래야 아삭한 맛과 향이 살아있어요. 씻을 땐 욕조에 든 물에 미나리를 담갔다 흔들었다 건지기를 세 번 반복해요. 흐르는 물에 씻으면 이파리가 계속 떨어지거든요. 미나리는 이파리가 있는 연약한 부분과 두꺼운 부분을 같이 먹어야 맛있어요.”

미나리는 가까운 곳에서 사온다.

“너무 멀면 오다가 수분이 빠져버리거든요. 미나리 안에 달팽이가 있다? 그러면 정말 신선한 거예요.”

초고추장, 레몬, 마늘, 양파 등을 갈아 만든 숙성한 양념을 복껍질과 미나리에 버무린 참복가와(껍질)무침.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송강' 대표가 알려주는 집에서 하는 미나리 요리

ㆍ'미나리 복지리' 대신 ‘미나리 동태탕’

“라면 끓일 때 미나리 올려 먹어도 맛있어요.”

ㆍ'복 껍질 미나리 무침' 대신 ‘콩나물 미나리 무침’

”콩나물 미나리 무침을 계란후라이와 김을 올려 밥에 비벼 먹어도 좋아요.”

ㆍ'미나리 복불고기' 대신 ‘미나리 제육 볶음’

”삼겹살 구울 때 같이 곁들여 먹어도 맛있답니다.”

ㆍ'미나리복살볶음밥' 대신 ‘미나리베이컨볶음밥’

”볶음밥도 복지리처럼 미나리는 마지막에! 저희 집 직원들은 볶음밥을 제일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