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이 4년 만에 역주행해 대박이 났지만, 이 곡을 작사, 작곡한 용감한 형제(강동철)는 저작권료 수익을 받지 못한다. 지난해 ‘롤린’이 뜰 줄 모르고 저작권을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에 100% 양도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롤린으로 대박이 난 건 역주행 전 저작권 지분을 산 사람들이다. 지난해 말 2만3500원이었던 롤린은 역주행 후인 지난 12일 31만2000원으로 1227% 급등했다. 2일 현재는 22만원. 브레이브 걸스 또 다른 곡인 ‘하이힐’도 용감한 형제는 뮤직카우에 100% 넘겼고, 올 초 1만1500원이었던 이 곡은 지난 12일 26만7000원으로 2222% 급등하기도 했다.
“나 탑백귀(탑100 차트를 맞히는 귀)잖아.”
당신이 그렇다면,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골드 러시(금광)”라고 표현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음악 저작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거래 플랫폼 ‘뮤직 카우’를 이용하는 것이다. 뮤직카우가 저작권을 매입해, 주식처럼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상장할 때는 경매 형태로 가격을 책정하고, 경매 때의 가격과 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1주당 가격이 결정된다. 투자자들은 매월 정산받는 저작권료와 지분 매매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110명의 아티스트에게서 받은 780여 곡을 거래 중이며, 투자자 수는 33만명, 개인 회원 누적 최고 투자금은 10억원이다.
저작권은 70년 동안 유지될 뿐 아니라, 역주행·리메이크 등으로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정은지와 양요섭이 부른 ‘러브 데이’는 2012년 곡이 지난달 5일 리메이크되면서 지난해 5월 1만4500원에서 최근 7만400원으로 386% 증가했다. 봄만 되면 연금처럼 역주행하는 2015년 발매곡 로꼬, 유주의 ‘우연히 봄’도 지난해 4월 1만6500원에서 지난 28일 5만3000원으로 221%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음원 시장이 스트리밍으로 바뀌면서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며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던 과거에 비해 곡 저작권 수익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작곡·작사가 입장에서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곡들의 저작권을 매매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로이터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으로 공연 수익 등이 없는 아티스트들이 저작권을 매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음유시인’ 밥 딜런도 최근 자신이 60년간 창작한 노래 600여 곡의 판권을 유니버설뮤직에 넘겼다.
해외에서는 펀드 형태로 음악 저작권 투자가 이뤄진다. 가장 유명한 곳은 2018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저스틴 비버, 리애나 등의 5만7000여곡 판권을 보유한 ‘힙노시스 송스’다. 최근에는 메탈리카, 샤키라, 닐 영의 판권 등도 확보했다. 미국 기반의 ‘라운드힐 뮤직 로열티 펀드’도 비틀스, 셀린 디옹 등의 저작권 12만곡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계 글로벌 투자회사 KKR(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가 비욘세, 아델 등의 곡 저작권 매입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회사들은 인기곡들이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믿고 음악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