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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몸 긍정주의)’를 지지한다면서, 왜 코르셋을 입는 거죠?”(기자)

“난 내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당신이 성형 수술을 하길 원한다면, 성형 수술을 하세요. 어떤 옷을 입었을 때, 사람들이 뚱뚱하다고 생각할 것 같나요? 그러라고 해요. 당신 생각에 잘 어울린다면, 그건 그냥 잘 어울리는 거예요.” (빌리 아일리시)

검은 바탕에 형광 초록색 머리, 몸매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펑퍼짐한 옷으로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세대)’ 패션 아이콘으로 불리는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20)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최근 신곡 ‘유어 파워(your power)’로 컴백한 그는 보그 영국판 6월호에서 금발 머리에 몸매가 드러나는 속옷 패션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콘셉트는 1950년대 유명한 ‘핀업걸'(선정적 옷을 입은 여성)인 베티 브로스머. 아일리시가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이 콘셉트에 맞춰 구찌의 맞춤 코르셋과 치마, 장갑을 착용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그녀는 편견이 전혀 없다. 여성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예술가”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일리시는 노출이 심한 여가수들과 비교되며 ‘보디 포지티브’ 아이콘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그 어느 쪽을 지지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만약 제가 갑자기 제 피부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면 전 위선자에 매춘부가 되는 건가요? 몸을 드러내는지 아닌지가 당신의 존엄성을 빼앗아갈 수는 없어요.”

그가 코르셋을 착용한 것도 이런 편견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의복 중 하나인 코르셋을 탐구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전 제 배가 싫어요. 그래서 코르셋을 입었어요.”

그의 이번 신곡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착취를 다루고 있다. 갑인 남자가 을인 여성에게 ‘가스라이팅(심리 조작 지배)’하는 내용으로 아일리시의 전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이 노래는 한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에요. 이런 건 어디에나 있어요. 내 동료 중 누구도 이상하거나 나쁜 성적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누군가는 내가 음악 산업에 종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누구고, 당신의 상황이 어떠하며, 당신이 얼마나 강하고 똑똑한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은 언제든 이용당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