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 ‘쎈느’가 한동안 문을 닫더니 초록색 옷을 입고 다시 열었다. 루이비통 남성 제품을 파는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로 재탄생한 것이다. 빵이 있던 공간에는 가방이 놓이고, 탁자가 있던 공간에는 마네킹이 들어섰다. DJ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만든 남자 컬렉션. ‘젊은 루이비통'이라는 평가다.
이곳에서 걸어 10분 거리의 복합 문화공간 ‘에스팩토리’.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샤넬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샤넬의 제품들은 정비소, 주방, 화실 등의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에서 전시·판매됐다. 지난 5월 22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성수동 서울숲 인근 디뮤지엄에서는 에르메스 전시인 ‘가방 이야기’가 열리기도 했다.
“성수동에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다 왔다!”
소위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루샤’가 최근 한두달 사이 모두 성수동에 공간을 열었다.
에루샤는 단순히 ‘뜨는 동네'라는 이유로 매장을 열지는 않는다는 게 그들의 원칙이다. 구매력 있는 손님이 있어야 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이전의 팝업스토어는 갤러리아나 신세계 같은 백화점에 열었다. 명품 브랜드 전시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같은 랜드마크나 전통의 한남동 같은 지역에서 진행됐다. 올해 2월 문을 연 서울 최대 백화점 ‘더현대 서울’에서도 이들 명품 팝업스토어는 없었다. 그런데 ‘에루샤’가 성수동에 나타난 것이다.
루이비통은 남자 컬렉션을 만든 버질 아블로의 정신이 구현될 장소를 찾다 성수동을 택했다고 했다. 1980년 미국 일리노이에서 가나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아블로는 바로 그 이유로 다양성과 포용력을 추구한다. 매장에는 흑인을 모델로 한 3D 마네킹 모형이 서 있고, 개념미술가 로런스 와이너와 화가 요셉 보이스,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 등에게서 영감을 받은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 성수동의 정체성으로 불리는 가치 중의 하나가 공존. 수제화 거리, 카페 거리, 스타트업 거리, 아티스트 거리, 맛집 거리 등이 어울려 있는 모습과 포개진다.
샤넬은 이런 성수동의 장점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꾸준히 성수동에 등장했다. 2019년 3월 성수 터줏대감인 ‘대림창고'에서 기념파티를 열었고, 그해 5월에는 쇼도 진행했다. 샤넬 관계자는 “성수동은 문화를 창조하고 즐기는 젊은이들과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활기 넘치는 장소”라며 “활기찬 성수동에서 젊은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에르메스는 대림미술관이 성수동에 전시 공간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동참했다. 이전부터 협업을 계속해오던 사이다. 최근 성수동은 신진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 전시가 활발하다. 처음부터 성수동을 겨냥한 건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전시를 여니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자연스럽게 북적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