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얘기한다. 마스크 열심히 쓰고, 오후 9시 넘으면 집으로 돌아가고, (자영업자들도) 무조건 가만히만 있으라고 한다. 마치 세월호 참사 시 어린 학생들에게 배 안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소리로 들린다. 가만히 있기만 하다가 다 죽은 게 누군데 말이다. 코로나 방역에 실패했다고 하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선진국들은 이미 5만명 축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이전과 같이 즐기고 있다. 방역에 대한 자신감 없이 과연 그런 대규모 행사를 오픈해 주었을까? 정부가 우리에게 지시한 방역에 대한 기준이 과연 맞는 건지 묻고 싶다.”
서울 청담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바 ‘까사델비노’ 대표이자 와인업계 1세대인 은광표(62) 대표가 지난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은 대표는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나는 그래도 자생력이 있어 글을 쓸 정신이라도 있지만, 다른 업계 후배들은 최악인 상황”이라며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영업계 전체를 위해 글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와인바는 현 영업시간 제한 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정책 시행 후 많은 국민들이 했던 얘기 중 하나가 ‘도대체 코로나 바이러스는 오후 9시, 10시 이후에만 돌아다니느냐’였다”고 썼다.
“최대 12명 앉을 수 있는 5평 남짓한 강남 유명 스시집에 띄어 앉기란 없다. 2명씩 모르는 사람 6팀이 서로 어깨를 마주치며 스시를 즐기고 있다. 가로수길 유명 맛집은 시간에 관계없이 문 앞에 고객 대기 줄이 몇 미터나 된다. 실내는 손님들로 바글바글하지만, 규제의 범위 안에 있으니 통제의 효과는 없다. (오후) 6시 이후 지인 3명이 테이블에 앉아 밥 먹는 것은 안 되고, 모르는 사람 2명씩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밥 먹는 것은 된다”고 썼다.
그는 이런 비논리적 규제는 집행기관이 단속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규제는) 밤 12시나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허락하면 단속 공무원들이 새벽에도 일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로에서 실내가 훤히 보이는 1층 식당은 단속 1차 대상이다. 건물 5층에 있는 술집은 단속 무풍지대이다.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고 단골 예약 손님만 받고 영업하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인데 고발이 없는 한 단속을 피해 나가기는 너무 쉽다.”
그는 시민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후 10시 이후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을 감축한 것은 ‘탁상행정 (卓上行政)’이라고도 비판했다.
“관련 공무원들 10시 이후 도심 밀집지역 옆 버스·지하철 정류장에 분명 가보지 않았을 거다. 지하철 실내는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어깨를 마주치며 서 있다. 게다가 지하철역 탑승구 앞에 있는 의자는 시민들이 앉지도 못하게 테이프로 칭칭 감아 놓았다. 택시를 잡으려면 평시보다 두 세배 오래 걸리고, 대리운전 가격은 따블, 따따블을 불러야만 온다. 논리적인 사고라면 오후 10시~11시 사이에 대중교통 횟수를 늘려 차량 탑승 인원을 줄여야 한다.”
그는 최근 정부가 지급한 제5차 재난지원금 ‘희망복지자금’의 지급 방법과 대상 선정도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요식업계가 영업제한을 하였으니, 업체의 매출액 4단계 기준에 따라 최대 900만원까지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연매출액이 10억원이 넘으면 지원대상이 아니다. 이 법을 만든 사람 영업제한으로 누가 더 큰 손실을 입었는지 모른다. 식당 사이즈가 크면 클수록, 매출이 크면 클수록, 더 큰 손실을 입었다는 건 누구라도 더 알 수 있는 팩트인데, 식당의 사이즈 (면적, 종업원 수 등)와는 관계없이 총매출액으로만 기준을 만들었다. 큰 식당 사장님들은 직원들 해고도 안 하고 고용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 작은 지원금도 안 준다고 하니 그 허탈감 또한 설상가상이다.”
그는 사장과 직원들이 영업 제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갖 부수적인 일을 시작해, 전년 대비 매출액이 1만원이라도 늘어도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썼다.
“영업 가능 제한시간 이외에는 배달서비스도 하고 판매할 수 있는 모든 것들(농·수산품, 공산품 등)을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열심히 팔았다. 식당에서 과일, 옥수수, 참기름, 달걀, 요구르트, 전복을 팔고, 카페에서 신발, 양말, 모자, 셔츠, 화장품까지 파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모든 가능한 방법과 노력을 통해 없던 매출을 창출하여, 직원들 월급 안 밀리고 임대료도 내려고 하는데 단순하게 매출이 늘었다는 숫자만 보고 지원금을 안 준다고 하니 이는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그가 제안하는 규제는 이렇다. 먼저, 영업장은 시간제한을 풀고 영업 면적에 따른 최대 수용 인원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100평 규모의 영업장에는 50명 이하의 고객만 앉아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역에 대한 관리(청결, 위생, 환기 등) 규정을 정확하게 지시하면 된다.”
소상공인 지원 정책은 임대료 감면, 그리고 이를 위한 건물주에 대한 세금 지원이다.
“음식점·카페 등 요식업 소상공인에게 전국민지원이냐, 선별적 지원이냐는 관심도 없다. 그리고 알량한 몇 백만원 각종 조건 달아 찔끔 주는 것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업시간·인원 줄여 놓고 주는 인센티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으니 ‘희망고문 하지 말아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소상공인 백명에게 물어봐라. 백이면 백 모두 ‘임대료 감액’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대표적 고정비인 ‘인건비’는 착한 소상공인 사장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건드리지 않고 같이 일하는 식솔들을 해고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매월 따박따박 지출해야 하는 임대료는 다르다. 만일 건물주를 배려해야 한다면 임대료 감축해주는 건물주에게 종합소득세에서 세금을 감축해주는 방안이 어떨까?”
그는 “코로나가 장기화 되어감에 따라 폐업하는 음식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이미 소상공인 57%가 휴업·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썼다.
“명동의 소규모 매장 공실률은 50%에 육박한다. 이로 인한 엄청난 물량의 식탁, 의자, 주방기기들이 도시주변 외곽 창고에 쌓여간다. 황학동 중고 주방기기 상가 또한 식당 창업이 없으니 동반으로 매출이 줄었다. 전국 70만개나 되는 식당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사)한국외식업 중앙회’는 회비만 받지 말고 정부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하는데 그들은 아무 소리가 없다.”
그는 더 이상 국민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은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를 극복하는 방법은 착한 국민들에게 비논리적인 통제를 함으로서 되는 게 아니고 모든 외교를 통하여 백신수급을 빨리, 충분히 받아 전 국민 백신접종을 하고 감염자 발생 시 확실한 치료를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본다. 500만명 식당 주인들과 가족들 그리고 직원들이 광화문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하루라도 업장을 지켜 몇만원이라도 더 벌어 직원 월급 주고 건물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임대료 내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