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CEO /넷플릭스코리아 인스타그램

지난 17일 첫 공개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순위는 10일째 내려간 적이 없다.

1위를 차지한 국가도 급증했다. 한국 드라마가 꾸준히 인기를 끈 아시아·중동에서 점화된 불꽃은 미국·캐나다 등 북미와 남미로 옮아붙더니 독일·프랑스 등 유럽 대륙으로 번졌다.

/자료= 플릭스패트롤

흥행 업계 용어로 소위 ‘빈집털이’도 아니다. 같은 날 공개돼 줄곧 미국과 유럽에서 1위를 하다 ‘오징어 게임’에 정상 자리를 내준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2019년 시즌1 공개 후 최근 나온 시즌3까지 마니아 층이 탄탄한 인기 영국 드라마다. 이 시리즈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시청 순위뿐만이 아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달고나 게임, 오징어 게임 따라 하기 열풍이 불고, 핼러윈을 앞둔 영미권에서는 캐릭터 의상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다.

◊달고나 만들고, 핼러윈 준비도

오징어게임 달고나 /틱톡

“게임을 시작합니다. 국자에 설탕을 넣고 녹이다. 이제 핀으로 살살살. 뚝! 저는 이제 죽는 건가요?”(오징어게임 달고나 틱톡 영상)

오징어 게임 틱톡 해시태그(#) 조회 수는 80억회,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55만건이다. 유튜브 요리 콘텐츠에서는 ‘오징어 게임 도시락 만들기’도 올라온다.

/넷플릭스
/사이먼페그 인스타그램

유명 인사들도 오징어 게임 인증샷 열풍에 가세했다. 축구 선수 제시 린가드는 지난 25일 주인공 이정재가 화난 듯한 장면을 오징어 이모티콘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배우 사이먼 페그는 드라마 속 참가자들이 입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오징어 게임 꼭 보라”며 인증샷을 올렸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도 지난 24일 참가자 트레이닝복을 입은 인증샷을 한국 지사에 보냈다.

오징어게임 달고나 세트 /이베이
오징어게임 할로윈 코스튬 /할로윈 코스튬 닷컴

이베이 등 온라인 쇼핑몰에는 달고나 만들기 키트, 양은 도시락, 주인공 이정재의 참가 번호 456번이 적힌 티셔츠(39달러) 등을 판매 중이다. 멕시코 한 디저트 가게는 오징어 게임 참가 티켓 모양 케이크를 판매한다. 다음 달 31일 서양 명절 ‘핼러윈’을 앞두고 코스튬 사이트에서는 프런트맨 가면, 관리자의 분홍색 옷, 참가자의 초록색 트레이닝복 등이 팔린다.

오징어게임 멕시코 디저트 /인스타그램

◊밈이 된 오징어 게임, 젊은 층 통했다

이 같은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젊은 층에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1화에 나오는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따라 하는 영상이 올라온다. 각자 운동장에서 하기도 하고, 필리핀 넷플릭스 등에서 지하철역에 설치한 극중 ‘영희 인형’ 앞에서 하기도 한다.

오징어게임 밈 /인스타그램
오징어게임 밈 /인스타그램

가상 세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월 이용자 수가 1억5000만여 명인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는 사용자들이 모여 세트를 만들고 ‘오징어 게임’을 한다. 드라마 콘텐츠가 메타버스로 확장된 것이다.

오징어게임 /로블록스

작품이 주는 메시지, 완성도 등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시청자는 미국 구글에 “이건 판타지가 아닌 실제 상황 드라마라는 사실이 겁이 난다. 돈으로만 사람을 중시하는 세상에 사는 현실”이라는 글을 남겼다. 프랑스 라디오 RTL은 “K드라마의 고전적인 표현에서 벗어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당신의 신경을 자극할 훌륭한 시리즈”라고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전 세계적으로 잘 먹히는 장르에 외국인들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틀을 가져가면서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들이 플러스알파로 작용했다”며 “특히 현대사회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서 소외되는 감정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젊은 층에게 먹혀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오겜월드 /뉴시스

인기만큼 여러 가지 논란도 나온다. 넷플릭스가 이달 초 홍보를 위해 이태원 지하철역에 설치한 세트장 ‘오겜월드’는 방역 수칙 위반 논란에 휩싸이며 지난 24일 조기 종료했다. 드라마 속 전화번호도 실재하는 번호로 알려지면서 피해자들이 나온다. 2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징어게임에서 마지막에 살아남는 사람이 받는 계좌는 카카오뱅크 진짜 계좌”라는 글도 올라왔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은행 계좌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사전 협조 후 사용한 번호”라며 “전화번호 피해자들과는 합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