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서 정상외교가 과거처럼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이 모처럼 호주를 방문중입니다. 호주는 우리의 대표적인 우방국이자, 이민·여행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기한 야생동물의 왕국으로 알려져있죠. 새와 같은 입을 가진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이들을 단공류라고 합니다), 캥거루·주머니쥐·주머니고양이 등 육아주머니가 달린 동물들(이들을 유대류라고 합니다) 등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와 습성을 가진 동물들의 고향입니다. 하지만 개발과 외래동물의 습격, 기후 온난화등의 각종 악재로 호주의 토종동물들도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있습니다.
특히 이 동물이 그렇다고 해요. 호주산 유대류중 깜찍하고 앙증맞은 모양새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살아있는 인형, 코알라 말이죠. 유칼리나무의 잎과 새싹만을 먹는 깐깐한 식습관에 좀처럼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은 활동 습성 때문에 태생적으로 적응력이 취약합니다. 여기에 코알라들 사이에 유행하는 클라미디아 감염병에 걸려 죽는 사례까지 잇따라 보고되자 호주 정부는 특단의 코알라 보호대책을 세웁니다. 우선 목표를 세웠어요. 현재 야생 코알라 마릿수를 2050년까지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이죠. 사실 야생에 코알라가 몇 마리나 살고 있는지는 정확한 수치가 도출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더 이상의 감소를 막겠다는 선언적 의미인 셈입니다.
산림을 보호하고, 외래 동물들의 침입을 제어하는 ‘하드웨어’도 중요하겠지만, 최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아무리 유칼리나무가 울창해지고 천적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코로나 같은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거나 근친교배로 인해 세대를 거듭할수록 몸이 허약해진다면 멸종위기를 벗어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런 근본적인 코알라 집단의 체질 개선을 위해 유전자 정보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이른바 ‘게놈 지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유전적 특성을 속속들이 파악하면, 선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적지 않거든요. 가령 특정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코알라들의 사는 곳을 옮겨서 유전적 다양성을 키워줄 수도 있고요. 코알라들이 잘 걸리는 병에 대한 전용 백신을 만드는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습니다.
이 유전자 정보 분석에 최신 IT기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오픈 데이터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통해서 450마리의 코알라들의 게놈 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호주의 코알라 연구자인 시드니 대학의 캐롤린 호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분석한 게놈 지도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공유하면, 세계 각국의 유대류 연구자들이 자료를 내려받아 분석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합니다. 방대한 유전자 분석자료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분석할지 고민하다가 AWS와 협업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최신 클라우드 서비스가 코알라 지킴이가 된 셈이죠. 현재 진행중인 코알라 게놈 분석을 통해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던 ‘코알라 혈통 논쟁’도 일단락 됐다고 합니다. 코알라는 단일 종으로 알려졌지만, 그게 아닐 수 있다는 반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습니다. 왜냐면 살아가는 지역별로 생김새가 조금씩 달랐거든요.
가령 퀸즐랜드 지역에 사는 코알라는 좀 더 몸집이 아담하고 털색깔도 갈색이었는데, 빅토리아 지역에 사는 코알라의 경우 훨씬 몸집이 크고, 털빛깔도 회색이고 수북했거든요. 하지만 게놈 분석을 통해서 유전적으로 차이가 없는 한 집안 한 종이라는게 확인됐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게놈 지도 작업이 완료될 경우, 코알라를 좀 더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 뿐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보호에도 IT기술이 한 몫을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사실 최신 기술을 접목해 멸종위기 호주 유대류의 유전정보를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호그 교수팀은 지난해에도 동일 기술을 접목해 육식성 유대류인 태스매이니아데빌의 유전정보를 분석했어요. 코알라만큼 호감가는 외모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호주 야생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는 생태적 가치는 코알라 못지 않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서식지의 파괴와 외래 동물의 침입 뿐 아니라 전염성 암이라는 치명적인 ‘천적’을 만나 숫자가 급감해와 유전정보에 대한 분석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태스매이니아데빌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번 기사(https://www.chosun.com/culture-life/2021/06/16/R7UZ6G44K5BDPASX6KPO5GMZOQ)를 참고해주세요.
AWS와의 협업으로 코알라 유전자 정보 분석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호그 박사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코알라들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지도로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유전자 정보는 생명체의 구성 요소이고, 동물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만들어줍니다. 유전자 정보가 책의 단어라고 하면 게놈 지도를 만드는 것은 책을 읽어내려가는 방식이라고 보면 돼요. 우리 연구팀은 코알라 개체군 간의 유전적 특성이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전 개체에 걸쳐 코알라의 지도를 만들고 있어요. 이 정보는 AWS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과 공유합니다.”
-이렇게 유전자 지도를 만들면 코알라의 생존율을 높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한 종이 더 많은 유전적 변이를 가질수록, 그들은 미래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더 많은 잠재력을 갖게 됩니다. 유전적 변이를 알면 유전적 다양성을 극대화하는데 큰 도움이 돼요. 근친교배를 최소화하고 유전적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보존 대책을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지식은 힘’이라는 명제가 딱 어울리는 상황입니다. 동료 과학자들과 연구 정보를 공유하면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호주 육식 유대류 중에 가장 덩치가 크고 용맹했던 태스매이니아 호랑이의 생전 영상이 얼마 전 공개돼 화제였습니다. 유전자 정보 분석을 통해 이 멋진 동물이 다시 복원될 가능성도 있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태스매이니아 호랑이는 멸종되었고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어요. 우리의 목표는 코알라와 태즈매이니아 데빌, 그리고 남아있는 많은 종에게 태스매이니아 호랑이 같은 결말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에 힘쓰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