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15주년 기념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스피치를 하고 있는 까르띠에 코리아 김쎄라 사장. /까르띠에 제공

“까르띠에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라는 독립적인 조직을 설립한 이후 그간 수많은 여성 창업가들의 도전을 지원하고 그들이 창출해낸 놀라운 변화와 성과를 곁에서 지켜봐 왔다. 한국에서는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의 여성 창업가들을 국제적인 무대로 진출시킬 수 있는 하나의 디딤돌을 마련하고자 한다. 올해로 114주년을 맞이한 세계 여성의 날에, 양성평등 및 여성의 권한 증진을 위한 까르띠에의 노력을 조명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무척이나 뜻깊게 생각한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설립 15주년’ 프레스 컨퍼런스. 까르띠에 코리아 김쎄라 사장의 스피치가 두바이에서 열리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월드 리유니언’ 현장까지 공명하는 듯 했다. 까르띠에가 여성 창업가를 위해 오랜 기간 쌓아온 노력과 공헌, 또 까르띠에 코리아가 새롭게 선보인 국내 여성 인재들의 국제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는 사회의 긍정적인 진화를 이끄는 선순환의 현장이었다. ‘해낼 수 있다’는 신념과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자부심과 맞물릴 때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시너지였다.

◇까르띠에, 양성평등 시대를 선도하다…“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협업 및 연대 강화”

이날 대형 회의장 벽면은 어느새 두바이의 생생한 현장을 중계하고 있었다. 6일 열린 세계 여성의 날과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월드 리유니온을 기념하는 주간의 세리머니 영상이었다. 카메라는 우선 두바이 엑스포에 세워진 까르띠에의 ‘우먼스 파빌리온’을 비췄다. 까르띠에는 지난해 10월 개막한 2020 두바이 엑스포와 협력해 월드 엑스포 사상 최초의 여성 헌정 단독관 ‘우먼스 파빌리온(Women’s Pavilion)’을 선보였다. ‘2020 두바이 엑스포’는 코로나 때문에 1년 연기돼 지난해 막을 올린 바 있다.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첫 세계박람회가 열린 이후 여성만을 주제로 한 전시관은 이번이 처음. 까르띠에가 협력한 우먼스 파빌리온은 ‘지속가능성’ 구역에 위치했다. 양성 평등이 지속가능한 미래에 중요한 의제임을 보여주는 표현이었다.

두바이 우먼스 파빌리온 개관식. /까르띠에 제공

황금빛 조명밑에 빛나는 우먼스 파빌리온의 나무 조형물은 부조(浮彫)처럼 영어와 아랍어를 돋을 새김했다.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들어오는 문구. ‘When women thrive, humanity thrives.’(여성이 번영할 때 인류가 번영한다) 여성 창업가를 지원하는 것이 여성만을 위한 활동이 아닌,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행동이라는 의지를 깨닫게 했다.

이 현장에선 올해 114주년을 맞이한 세계 여성의 날의 올해 캠페인 주제인 ‘편견을 깨라(Break the Bias)’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포럼도 함께 진행됐다. 정부, 기업 대표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한데 모아 양성평등과 더불어 여성의 리더십에 대하여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메타의 COO 셰릴 샌드버그, 유엔 인구 기금 상임 이사 나탈리아 카넴 박사, 전직 아랍 에미리트 연합 국무 장관(관용 부서) 셰이카 루브나 알 카시미,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저널리스트 이본 은데지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월드 리유니언은 세계적인 여성 지휘자 시몬 메네제스의 콘서트로 문을 열었다.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 이 세상 모든 여성 창업가들에게 경의를 보내는 장면이었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의 기존 펠로우 중 특별한 비즈니스 영향력을 발휘해 세상을 변화시킨 9명의 어워드 수상자 시상식도 열렸다.

두바이에서 진행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15주년 기념 세리머니'에서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한 수상자들과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CEO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제공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회장이자 CEO인 시릴 비네론은 “2020 두바이 엑스포에서 6개월간 진행된 우먼스 파빌리온은 방문객들에게 양성평등 확립을 위한 다양한 관점을 선사하며 화두를 던졌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단계에서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실천들을 정립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협업 및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와 보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 건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월드 리유니언’ 중 잠재력있는 펠로우가 더욱 번영하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멘토와의 대화. 화면 속 주인공들의 눈물을 흘러내릴 때, 현장에 모인 이들의 박수소리는 더욱 커졌다. 축제의 장이었지만 동시에 연대를 강화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겠다는 열망을 재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전염성 강한 긍정에너지는 동기부여에 특히 중요한 거름이 된다.

2006년에 시작해 올해 15주년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는 현재까지 62개국 262명의 여성 기업가들에게 644만 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후원했다. 한국에는 총 6명의 펠로우가 있다. 까르띠에 측은 “프랑스 세계적인 경영대학 인시아드 비즈니스 스쿨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할 전 세계 여성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재정적·사회적·인적 자원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31일 폐막하는 우먼스 파빌리온에 관해 까르띠에 관계자는 “6개월간 전 세계 23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120회 이상 진행한 패널 토론과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우먼스 파빌리온 공식 포스터. /까르띠에 제공

◇“든든한 버팀목이 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커뮤니티”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의 혜택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는 범위를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금전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건 물론이고, 어디서도 받아보지 못한 ‘기회’라는 혜택을 준다. 기존 시각을 넓히고 사업 전반에서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 역시 상상 이상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번 리유니온을 통해 서로를 돌아보고 위안과 또 용기를 얻으며 다양한 여성 창업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경험은 그 무엇보다 값지다고 생각한다. 이 커뮤니티 자체가 주는 ‘안정감’이 생태계를 창조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지표가 된다고 생각한다.”

‘제로 웨이스트’에 앞장서는 공공공간의 신윤예 대표. 2017년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종 3인에 선발된 주인공이다. 신윤예 대표는 요즘 같이 ‘필환경’이나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유행하기 훨씬 전인 2012년부터 원단 폐기물을 줄이는 친환경 의류 등으로 소셜 디자인(사회적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번 두바이 리유니온 현장에 3박 4일 동안 다녀왔다는 그녀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각자 앞에 놓인 장벽을 깨뜨리며 성장해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니 벅찬 감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다 NPO(비영리조직) NGO(비정부기구) 등으로 노선을 바꾼 이들도 있었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이도 있다고 했다. 국적도, 각자 하고 있는 일도 달랐지만 지향점은 같았다. 변화를 유도하고 이끌고, 도움을 되는 일이라면 언제나 멈추지 않는다는 것. 진취적인 정신을 동반자이자 무기처럼 항상 마음에서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7년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종 3인에 오른 '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까르띠에 제공

신 대표의 설명을 통해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조금이나마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까르띠에 어워드를 준비하는 프로그램 기간 동안엔 1대1 코칭을 받는 동안 사업적·정신적 ‘스케일링 업’이 이뤄진다. 그녀에겐 제로 웨이스트를 두고 단순히 시장 관점에서 벗어나 자원 순환에 대한 가치와 비전을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성을 가져보라는 조언이 주어졌다. 끊임없이 토론하고, 서로에게 인도자이자 날카로운 비평자가 돼 사업을 다시 돌아보는 ‘피어(동료)리뷰’ ‘피어컨설팅’ 역시 그녀에게 특히 도움이 됐던 시간. 또 인시아드 프로그램을 통해 일주일간 전세계 창업가, NPO·NGP분들을 만나 소셜 임팩트 확대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커뮤니티를 확대하는 건 기본이다.

까르띠에 커뮤니티의 위엄을 다시 느낀 건 이번 리유니온. 그녀 역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진심으로 서로를 북돋고 있었다.

단순히 돈만 쏟아붓는다고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되는 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변화에 대한 갈망, 현장을 뛰는 창업가의 열정 이상으로 그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는 진심 그 모든 것이 이들을 둘러싼 공기에 떠다니고 있었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로, 뜨거운 포옹으로, 국경·인종·종교와 상관없이 헌신적으로 던지는 박수 등이 그 증거였다. 두바이 현지와 서울과의 거리는 7000km에 달할 정도로 까마득하지만 그 열기가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듯 했다. 가슴 뛰는 전율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와 손을 맞잡아 국내 여성 창업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 포스터. /까르띠에 제공

그러한 커뮤니티의 장점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에서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는 국내 창업교육 기업인 언더독스와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가 손을 맞잡고 긍정적인 변화를 창출하기 위한 여성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여성 창업교육 프로그램이다. 창업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온라인 컨퍼런스를 비롯해 언더독스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활용한 창업교육,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후 총 15명의 커뮤니티 멤버들이 활발한 활동 중에 있다. 1기 멤버 15명의 어찌나 끈끈한지 이후에도 서로 모이고 응원하는 조직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한다. 커뮤니티 모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여성 창업가들과 함께할 수 있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펠로우로 참여 신청을 위한 가이드 또한 제공된다. 언더독스 김정헌 대표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언더독스와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가 함께 해 여성 창업가에게 좋은 기회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