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4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이달 독회의 추천작은 2권. ‘그들의 이해관계’(임현), ‘은의 세계(위수정)’입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에 싣습니다.

임현 소설의 인물들은 대개 무언가에 대해 화가 나 있고 몹시 억울해한다. 화자의 서술 안에 얌전히 머물러 있지 못하고 밖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임현의 소설을 읽는 것은 이 인물들이 세상을 향해 지르는 항변과 호소를 듣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몸부림이나 절규와 같다.

소설가 임현. /문학동네 제공

그의 인물들이 이해할 수 없어 하는 것은 우선 사람들의 편향된 인식이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법 거칠다. “다들 자기 입장에서 보이는 것을 보는 것 아닙니까?”(‘목견’) 사람들은 한 장의 그림에서 오리와 토끼를 동시에 볼 수 없다. 관점에 따라 같은 것도 다르게 본다. 임현은 사람들의 확신은 무지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의 인물들은 그것 때문에 답답해하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인간의 행운이나 불운이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다는 것, 그 때문에 세상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그의 인물들은 생각한다. “사람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게 되면 결국엔 경로를 벗어나 버리게 된다.”(‘그들의 이해관계’) “세상에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그건 때때로 우리에게 위안이 되어줍니다.”(‘나쁜 사마리안’) 누군가의 불행이 나의 행운의 이유인지 모른다는 주제는 신들의 질투를 피해 자기 반지를 바닷속에 던졌던 저 그리스의 폭군 폴리크라테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자기의 연이은 성공을 신들이 질투하면 큰 불행이 닥칠 것을 우려하여 스스로 반지를 버리는 불운을 기획한다. 그러나 그 반지는 결국 충성스러운 어부에 의해 그에게 돌아온다. 인간의 삶 가운데 확실한 것은 없다는 사실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이 생각은 윤리적이라기보다 종교적이다.

“도대체가 나를 왜 가만두지 않나. 왜 자꾸 나를 위로해주고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나.”(‘이해 없이 당분간’) 임현의 세계 인식은 이 문장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어떤 친절은 본의와는 상관없이 차이를 부각시키고, 어떤 말은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되기도 한다는 것. 이에 대한 임현의 통찰은 ‘관대하게 차별받는다’(‘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는 문장으로 압축된다.

인간의 인식과 운명의 한계에 대한 진지하고 끈질긴 탐구의 문장이 매력적인 소설집이다. 이 작가가 조금 더 부지런해서 우리 소설의 품을 넓히고 또 깊이를 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 임현

2014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 2017년 제8회 젊은작가상 대상, 2018년 제9회 젊은작가상을 연이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