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6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이달 독회의 추천작은 2권. ‘유령의 마음으로’(임선우), ‘마음에 없는 소리’(김지연)입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에 싣습니다.
임선우의 소설에는 일상과 환상이 공존한다. 내 방으로 나무 인간이 들어와 며칠 동안 함께 지내기도 하고, 나의 감정을 완전하게 똑같이 느끼는 유령이 출현하기도 한다. 그의 소설에서 환상은, 다른 차원의 낯선 세계가 현실 세계에 밀고 들어오는 방식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이 마치 백일몽처럼 다시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이다. 그 환상은 어디에도 없던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적인 무의식으로부터 생겨난 것이고, 알고 보면 우리의 일상생활 곁에 자리를 잡아왔던 것들이다. 임선우 소설의 특징적인 장면이라 할 것이다.
단편 ‘유령의 마음으로’의 주인공은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6세 여성이다. 식물인간으로 2년째 병원에 누워 있는 남자 친구 정수를, 매주 토요일 방문한다. 졸음과 한기를 느끼던 어느 날 자신의 몸에서 유령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존재가 생겨난다. 유령은 그녀와 똑같이 생겼고, 그녀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 유령과 함께 생활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는 자신이 억누르고 있었던 마음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정수에 대한 사랑이 소멸해 버렸다는 것. 정수와 마지막으로 만나고 돌아온 날, 유령은 사라진다. 그 자리에 유령의 마음이 남는다.
유령은 마음의 거울이자 무의식의 스크린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유령의 마음은 무엇일까. 유령이 알려주려던 것은 주인공이 나도 모르게 자신의 솔직한 감정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심지어 그를 억누르는 일에 익숙해져 왔다는 사실이었다. 사랑의 감정이 이미 소멸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자신의 마음에서 밀어내고 있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 것이다. 마음은 솔직한 감정이 깃드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 유령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건 자신의 솔직한 감정에 대한 환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온화한 분위기의 소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마음이 유령처럼 어른거렸던 것 같다.
☞임선우
1995년생. 2019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덟 편의 작품을 묶은 이번 소설집은 임선우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