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수미(SaySueMe·나를 고소하라)’. 법률사무소에 어울릴 법해 보이지만 실은 국내 4인조 록밴드의 이름. 국내에선 생소한 이 이름이 최근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 7월 호에서 조명됐다. 세이수미와 신보 ‘The Last Thing Left(정규 3집)’에 대한 극찬을 실은 것. 점수 짜기로 유명한 미국 음악 매체 피치포크는 같은 앨범에 10점 만점 중 7.3점을 줬다.
이들은 자주 해외 팬들로부터 “부산이 대체 어디야?”란 질문을 받는다. 최수미(보컬·기타), 김병규(기타), 김재영(베이스), 임성완(드럼), 멤버 모두 부산 토박이여서다. 2012년 첫 밴드 결성도 부산 남포동에서 멤버들끼리 차와 술을 섞어 마시다 이뤄진 것. 대부분 ‘서울 홍대’에서 태어나고, 서울 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기존 인디록 밴드의 활동 경로와는 달랐다. 스스로는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 문화를 중심으로 생긴 ‘서프록’ 장르를 노래하는 밴드로 소개해 왔다. 다만 곡 면면을 살펴 보면 사실 서프록에 국한하기 보단 전자기타 톤을 다채롭게 바꿔 가며 폭넓은 시도를 해온 밴드에 더 가깝다.
최근 화상 통화 플랫폼 ‘줌’으로 만난 세이수미 멤버들은 “우리가 만일 서울에서 시작했으면 그저 서울 밴드 중 하나가 됐을 거란 생각은 솔직히 해봤다”며 웃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은 이들의 독특한 인기는 2018년 유명 팝가수 엘턴 존의 다음 평가로 시작됐다. “끝내주는 밴드”. 그가 반한 세이수미 2집 ‘Where We Were Together’는 이듬해 2019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음악 부문도 수상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3집이 멤버들 스스로에겐 “온전히 부산 앞바다에서 태어난 앨범이라 의미 깊다”고 했다. 그간 서울에서 녹음한 전 앨범들과 달리 3집은 모든 녹음 과정을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200m 떨어진 자신들의 작업실에서 손수 마쳐서다. 기존 소속사를 나와 홀로서기를 하면서 택한 작업 방식이었다.
그간 멤버들이 겪은 ‘부침’이 담긴 앨범이기도 하다. 원년 멤버인 드러머 강세민은 2016년 불의의 사고로 쓰러졌고 결국 2019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의 자리를 채웠던 드러머 김창원, 또 다른 원년 멤버 하재영(베이스)도 차례로 밴드를 떠났다. 2020년 김재영(베이스), 임성완(드럼)이 새로 합류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공연이 줄취소됐다.
다만 음악을 풀어내는 방식은 ‘슬픔 속의 밝음’을 택했다. 리버브(잔향 효과)를 강하게 머금은 명징한 기타와 드럼 소리가 곡마다 파도처럼 넘실대 여름에 듣기 좋은 앨범이 완성됐다. 타이틀곡 ‘Around you’는 특히 까딱거리기 좋은 경쾌한 8비트 박자의 로큰롤 연주를 더했고, 새침하게 내뱉는 보컬이 “밖에 나가면 더 나은 무언가가 날 기다리고 있단 걸 알아”란 희망 찬 가사로 코로나 시대 고립된 시간과 고민을 노래한다.
지난 2018년 첫 인터뷰 때 이들은 “다신 회사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직전까진 생계를 이유로 회사와 밴드 생활을 병행했기 때문. 그간 세이수미는 그 꿈을 이뤘다. 오는 7일에는 인천 펜타포트록 무대에 서고, 10월에는 아시아와 북미 투어 공연도 시작한다. 그럼에도 다시 만나 들려준 새 꿈은 여전히 결이 비슷했다. “지금처럼, 계속 음악만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