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5일 BTS가 부산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이하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공연을 열기로 한 가운데, 공연일에 맞춰 인근 업체들의 숙박료가 폭등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기존 예약까지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가격을 올려받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됐다. 이에 아미(ARMY·BTS 팬을 지칭)들은 부산시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넣거나 무박 버스 대절에 나섰고, 부산시와 기장군청은 합동지도점검을 검토 중이다.

방탄소년단(BTS)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포스터. /빅히트뮤직 제공

◇하루 아침에 10만원->300만원 뛴 숙소들

앞서 BTS와 소속사 하이브 측은 24일 “오는 10월 15일 부산 기장군 일광 특설무대에서 ‘BTS in 부산(BUSAN)’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서울 공연을 마지막으로 개인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BTS가 약 7개월 만에 펼치는 대면 완전체 공연. 여기에 약 10만 명 규모의 푯값이 무료임이 알려지면서 많은 인파가 공연장으로 몰릴 것으로 전망됐다. 공연 실황 중계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 주차장에서 대규모 전광판으로 즐기는 ‘라이브 플레이(LIVE PLAY)’ 관중석 1만 명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약 11만 명이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공연일 발표 당일부터 팬들 사이 “인근 숙소가 동이 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공연일 숙박료를 갑자기 올린 부산 내 숙박업체들이 늘어났다. 27일 한 숙박예약사이트에서 BTS 공연일에 숙박 가능한 업소를 검색하자 기존보다 사용료를 4~5배 가량 올린 업체들이 다수 검색됐다. 부산 서면 지역의 한 3성급 호텔은 주말 기준 20~30만원대던 하위 등급 스위트룸 숙박료를 BTS 공연 당일 110만원대까지 올렸다. 공연일 직전 주말인 한글날에는 같은 방 가격은 30만원대, 이 호텔 가장 비싼 방은 60만원대에 예약 가능했다. 공연일인 토요일이 통상 평일 대비 가격이 높은 걸 감안해도 갑자기 직전 주 숙박료보다 4배 가량 뛴 것이다.

이 업체는 9월 주말 기준 10만원대인 숙소를 BTS 공연일에 맞춰 300만원대로 올렸다. /온라인 캡처

또 다른 부산 해운대구의 한 3성급 호텔은 BTS 공연 당일 프리미엄 더블룸의 가격을 300만원대까지 올렸다. BTS 공연일 한달 전인 9월 추석 연휴 기간에는 같은 방이 11만원대, 이 호텔에서 가장 비싼 방은 20만원대에 예약이 가능했다.

당초 BTS 부산 엑스포 공연과 연계상품으로 소속사 하이브 측이 내놓은 부산 특급호텔들도 성수기 가격을 받고 있는 건 마찬가지. 기존 이용금이 주말 기준 50만원대이던 한 호텔은 공연일에 맞춰 70만원대까지 가격을 올렸고, 이미 만실 상태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부 업체가 기존 숙박 예약까지 취소하며 가격을 올려받았다”는 피해 경험담까지 속출했다. 한 20대 아미는 “콘서트 날짜가 나오자마자 10만원 대 부산 숙소를 예약했는데, 업체에서 당일 취소 메일을 보내 가격이 30만원대로 올랐으니 추가금을 내거나 취소하라 했다”고 했다. 또 다른 팬은 트위터에 “부산 이번만 장사하고 다들 망하려는 거냐. 도시이미지 박살 내고 있다. 어제 오늘 숙소 총 3개 취소와 거절로 멘탈이 너덜너덜. 이러다 부산역에서 노숙하겠다”고 썼다.

◇무박버스대절·민원 나선 팬들

일부 팬들은 공연을 주관한 부산시와 공연장이 위치한 기장군청,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접 민원을 넣으며 대처에 나섰다. 한 아미는 소셜미디어에 관련 피해 사례 접수 계정을 만들었고, ‘BTS 공연 부산 숙박 피해 민원 넣는 법’이라며 실제 민원에 쓰인 글을 ‘민원 예시문’으로 공유하거나, 민원접수처 연락처를 공유하는 이들도 있었다.

/온라인 캡처

‘무박버스 대절안’도 등장했다. 1인당 4만원씩 모아 서울과 인천에서 공연이 열리는 부산까지 당일치기로 왕복하는 관광버스를 빌리겠다는 것이다. “부산과 달리 울산, 창원 숙소들은 정상 가격을 받는다”며 공연장에서 가까운 해당 지역 숙박업소 리스트를 정리해 공유한 팬들도 있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선 ‘공연장 위치 적합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당초 부산시 측은 BTS 부산 엑스포 공연 장소를 기장군 일광 특설무대로 확정하면서 “이를 위한 대중교통 수단 확보 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선 “부산 시내와도 지나치게 떨어져 있고, 인근 도로 차선폭도 좁아 많은 인파 수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폭리를 취한다고 비판받는 숙소 대부분도 일광 특설무대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시내에 있는 곳들. 하지만 일광특설무대가 부산 KTX역에서 자가용으로도 1시간 이상 걸리고, 인접 숙소도 부족해 팬들은 “선택권이 지나치게 없다”는 입장이다.

/트위터 계정 @shnij

한 아미는 특히 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MBC 가요 콘서트’에서 입장하던 시민 11명이 압사하고, 162명이 부상 당한 사건 개요를 적은 ‘ㅂㅅ(부산)시 능력평가’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당시 발표된 소방청 공연장 이동 매뉴얼은 ‘50명, 100명 등 인원을 잘라서 이동 시켜야 한다’였는데, 이에 따라 일광 특설무대에서 10만 명 관중이 빠져나가려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취지였다.

한편 기장군청 측은 “다수의 숙박업체 요금 폭등 민원을 접수해 지도 점검을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또한 자체 숙박업체 합동지도점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지자체 지도점검은 숙박업체들에게 권고를 내릴 뿐 강제적으로 시정 조치를 적용할 권한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