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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속담을 모르는 분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덤벼드는 행태를 일컫는 말이죠. 이 속담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범은 호랑이가 아닌 표범이었고, 강아지라기보단 개에 가까웠지만, 둘이 맞닥뜨렸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 가능한, 그래서 더욱 섬뜩함을 안겨주는 흑백 CCTV 동영상(Aeign-Le Villa Boutique facebook)입니다. 우선 동영상을 먼저 보시죠.
인도의 어느 가정집앞. 개는 곤히 잠들어있었습니다. 자기 코앞에 어떤 상황이 닥쳤는지도 모르고요. 표범은 사냥의 맹수답게 신중합니다. 먹잇감의 코앞에서 물끄러미 상황을 판단하며 공격 포인트를 계산합니다. 그리고 최적의 상황이 됐다고 판단했을 때 가차없이 개의 목덜미를 공격합니다. 동영상에는 음성이 제거됐지만, 캥… 캥… 캥…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개의 비명이 귓가를 찌르는 듯 합니다. 자신보다 몸집이 갑절로 나가는 영양을 물고 나무위로 휙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표범의 치악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이빨에 물렸을 때 이 개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빨에 혈맥을 관통당했을 때, 이 개는 이미 살아도 산게 아닌 상태였을지 모릅니다. 여기까지가 개의 운명이라면, 그저 가급적 빨리 고통스럽지 않게 혼이 빠져나갔기를 바랄 뿐이죠. 개의 비명이 쩌렁쩌렁 울러퍼지고 사라진 뒤에야 사람들은 문을 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고 뒤를 쫓습니다. 개가 결국 표범 밥이 됐다면,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주인들의 생명을 구한 것입니다. 희생양이 아니라 희생견이죠.
술취해 곤히 잠든 주인에게 불이 옮겨붙는 걸 막기 위해 제 한 몸 희생한 전북 임실군 ‘오수의 개’와 다를바 없는 고귀한 희생입니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 한들 앞으로 살면서 큰 후유증을 앓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영상은 최근 인도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언리포티드 월드’의 한 에피소드인 ‘소리없는 포식자-표범’ 편에 소개됐습니다. 이 사례 뿐 아니라 최근 인도에서는 사람이 기르던 개가 민가로 내려온 표범에게 물려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떤 개들은 위 사례처럼 기습적으로 공격당하기도 하고, 어떤 개들은 도망갈 타이밍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모하게 덤벼들었다 사냥하기도 합니다. 표범은 고양잇과 맹수 중에서 서식 범위가 가장 넓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중앙아시아·인도를 거쳐 시베리아와 한반도까지 걸쳐 있죠. 남한 땅에서는 사실상 멸종 상태이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 경남 합천에서 생포된 기록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따금씩 거대한 짐승 발자국이 발견될때마다 “혹시~”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설의 맹수가 됐죠.
하지만 표범이 ‘전설’이 아닌 ‘실재하는 공포’로 존재하는 곳이 있습니다.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인도입니다. ‘언리포티드 월드’는 만물의 영장이자 지구상의 지배자 인간이 여전히 표범의 출몰에 와들와들 떨고 있는 현장을 소개합니다. 야생동물 마니아 입장에서 인도는 특이한 곳입니다. 고양잇과 맹수의 3대천왕인 사자·호랑이·표범이 모두 살고 있는 지구상 유일한 지역이거든요. 그런데 인도 정부는 뭐가 또 아쉬웠는지 최근에는 한 때 인도에 살다가 자취를 감춘 치타의 복원까지 시작했습니다. 이 복원사업이 성공을 거두면, 고앙잇과 4대 천왕이 모두 살게 되는거죠.
덩치와 파워 등을 감안하면 위험한 정도는 호랑이>사자>표범 순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표범>호랑이>사자 순으로 보는게 타당합니다. 사바나를 호령하는 제왕 사자는 인도에서는 기르(Gir)라는 보호구역에 고작 수백마리가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그보다 더 폭넓게 분포해있지만 서식지에서 사람과 마주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문제는 표범입니다. 숲이 우거진 마을에 출몰하는 차원이 아니라 학교와 상점가, 수영장 등 야생동물이 도저히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곳에 모습을 드러내 주변을 공포에 도가니로 몰아넣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출몰장소도 뭄바이나 방갈로르 등 엄청난 규모의 대도시들이 포함돼있습니다. 위의 동영상에서 사람들이 개를 집앞에 둔 것도, 표범의 출몰 같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였을지 몰라요. 표범의 도시 출몰 및 생포 장면을 다룬 언리포티드 월드 유튜브 동영상 잠깐 보실까요?
이들에게 사람은 두려움의 존재일까요? 아닐 겁니다. 염소·개와 같은 그저 음식의 하나일 뿐입니다. 맛은 원숭이랑 비슷하다고 여길지 모를 일입니다. 인도 서남부 카르나타카 주에서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다섯명이 표범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주 정부에서는 동일한 상황이 또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표범 태스크포스 조직까지 꾸렸을 정도입니다. 사람과 표범의 숫자가 함께 늘어나면서 치명적 조우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늘어난 셈입니다. 표범은 호랑이와 사자에 비해 먹이의 선택지가 넓습니다. 비단뱀의 몸뚱아리를 찢고 싱싱한 내장을 뜯어먹는 다음의 장면(Rob the Ranger Wildlife Videos facebook)은 표범이 얼마나 주변 환경에 맞춰 완벽히 적응해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육식동물은 육식동물을 먹지 않는다는 통념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표범은 한집안 사촌뻘인 치타나 서벌 같은 다른 고양잇과 맹수들도 거침없이 사냥합니다. 표범이 도시 한복판에 나와 사람들과 맞닥뜨려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사람을 눈에 보이는대로 공격하는 모습에선 사자나 호랑이에서는 볼 수 없는 괴수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표범이 반세기전까지만 해도 한반도를 호령하고 다녔고, 출몰 빈도는 호랑이보다도 많았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단독 생활을 하며 은둔의 고수이기도 한 표범은 지금도 우리나라 어딘가에 은밀하게 서식하며 종족의 대를 이어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습니다. 설레는만큼 두렵고, 가슴뛰는만큼 섬뜩한 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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