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카페 '윰드'에서 데이트 중인 연인. /윰드

하얀 차양막 아래 넓은 통창으로 따뜻한 봄 햇살이 가득 들어옵니다. 편안한 원목 의자에 앉은 남녀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 바라봅니다.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서로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 남녀는 지금 소개팅 중이구나!”, “저긴 최소 3년은 된 연인인걸?”

또다시 봄입니다. 거리마다 벚꽃이 뭉게구름처럼 피었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마음도 녹으며 괜히 들뜹니다. 이럴 때 다들 제게 묻습니다. “다음 주 소개팅해야 하는데 어디가 좋아?”, “주말에 데이트할만한 곳 없어?”

브런치 '윰드'. /윰드

저는 답합니다. “브런치 카페!” 그들이 반문합니다. “에이, 언제적 브런치야.” 식문화도 레트로인 걸까요? 한물갔다고 생각했던 브런치 유행도 20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조금 더 개성 있고, 다양해진 모습입니다.

브런치란,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늦은 아침을 말합니다. 원래는 기독교 문화에서 주일 아침에 미사나 예배를 공복에 보고 점심을 조금 빨리 먹는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늦잠을 자고 먹는 식사, 더 넓게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밥과 커피를 같이 먹는 곳의 의미로 쓰입니다.

국내에는 2000년대 초반 미국 드라마의 유행으로 브런치 문화가 들어왔습니다. ‘섹스앤더시티’에서 성공한 뉴욕 여성 네 명이 주말 낮 창가 좋은 식당에 앉아 브런치를 먹는 모습은 로망을 갖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그때부터 국내 브런치 카페들은 미국식 메뉴를 바탕으로 생겨났습니다. 2005년 이태원에 생긴 ‘수지스’, 그다음 해 청담동에 생긴 ‘버터핑거팬케이크’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브런치 문화가 미국에만 있을 리 없습니다. 최근 트렌드는 각국 특색을 반영한 ‘브런치 식당’입니다. 20년 전처럼 다시 연예인과 젊은 층들이 몰려듭니다. 메뉴가 과거보다 다양하기 때문에 소개팅이나 데이트하기도 좋습니다.

(1)호주식 브런치 ‘윰드’

청담동에 있는 ‘윰드’는 호주식 브런치 식당을 지향합니다. 전지현 김연아 단골집이기도 합니다.

청담동 '윰드'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배우 전지현. /이혜운 기자

이곳은 오래전부터 브런치 카페를 하고 싶었던 세 친구가 뭉쳐낸 곳입니다. 브랜딩과 설계를 담당하는 리브미컴퍼니의 최용수 대표, 호주 스페셜티 브랜드 듁스 커피의 이기훈 대표, 호주에서 브런치 카페와 파스타바를 운영 중인 한민호 셰프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세 명이 함께한 곳이다 보니 딱히 빠지는 것이 없습니다. 아침 8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아침식사도 가능합니다.

윰드 아보카도 샐러드. /윰드

저는 아보카도와 토마토, 바질 등을 샤워도우에 올린 ‘아보카도 토스트’가 제일 맛있더라고요! 이걸 매일 먹을 수만 있다면 다이어트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2)베를리너 스타일 ‘빈즈앤플라워’

/빈즈앤플라워

조금 더 힙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성수동 연무장길 인근에 있는 ‘빈즈앤플라워’입니다. 베를린 뒷골목에 있는 브런치 카페 같은 분위기입니다. 앉아 있는 사람들도 집에서 LP로 음악을 듣고, 몸 어딘가에 작은 문신 하나 정도는 있을 것 같습니다.

빈즈앤플라워 플래터. /빈즈앤플라워

대표 메뉴는 ‘빈즈앤플라워 플레터’. 직접 만든 샤워도우와 구운 베이컨, 반숙 계란과 잼, 버터, 피스타치오가 나옵니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하나하나가 맛있습니다. 골프 여제 박세리가 푹 빠졌던 소금빵 맛집 ‘먼치스 앤 구디스’에서 문을 연 곳입니다. 현재 ‘먼치스 앤 구디스’는 문을 닫고 이곳에서 박세리 소금빵을 판매합니다.

박세리가 사랑한 '먼치스앤구디스' 소금빵. 지금은 '빈즈앤플라워'에서 판매한다. /빈즈앤플라워

이곳을 만든 사람은 연무장길을 일으킨 성수동 시조새로 불리는 김시온 팀포지티브제로(TPZ) 대표입니다. 2013년 ‘플레이스 사이’를 시작으로 재즈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 카페 ‘카페 포제’, 레스토랑 ‘보이어’, 수제 맥주 ‘스탠서울’, 공유 복합 문화 공간 ‘플라츠’ 등 아무것도 없던 성수동 연무장길을 영감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터줏대감이었지만, 지금은 높아진 월세로 연무장길을 떠나 이곳 옆 골목으로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왔다는 소식 때문인지, 요즘엔 이 골목이 더 핫합니다. “다음엔 어디로 갈 거야?”라고 물어도 답해주진 않네요.

(3)뉴욕에서 온 브런치 ‘루비스 카페’

서울숲 벚꽃길. /이혜운 기자

‘서울숲 벚꽃길’을 데이트코스로 생각하고 계신 분이라면 ‘루비스 카페’를 추천합니다. 미국 뉴욕 소호거리, 줄을 서지 않으면 갈 수 없던, 미국 배우들도 종종 볼 수 있던 바로 그곳이 한국에 왔습니다.

루비스 카페.

1호점인 도산점의 성공을 시작으로 성수동 서울숲 옆에도 2호점을 냈습니다. 대표 메뉴는 뉴욕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브론테 버거’. 패티가 우리의 떡갈비처럼 쫀득쫀득해 한국 사람의 입맛에도 제격입니다. 이름은 버거이지만, 샌드위치와 비슷한 모양이라 이성 앞에서 먹어도 내용물이 흐르지 않아 괜찮습니다.

루비스 카페의 브론테 버거와 보드카 파스타. /이혜운 기자

버거 맛집이지만 저는 파스타도 맛있더라고요. 보드카가 들어간 ‘보드카 파스타’, 매콤한 ‘이탈리안 소시지 파스타’가 대표적입니다. 집에 가서도 생각나 배달시켜 먹었습니다. ‘SM 아티스트 앤 뮤직 센터’와 같은 건물에 있어서, 운 좋으면 SM인(人)들을 만나볼 수도 있습니다.

(4)샌프란시스코를 추억하며 ‘달링 키친’

달링 키친. /달링 키친

추억의 브런치 메뉴가 그리운 분들에게는, 가로수길에 있는 ‘달링 키친’을 소개합니다. 꾸덕 진득한 라자냐, 보슬보슬한 오믈렛이 푸근한 미국 할머니가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달링 키친 라자냐. /달링 키친

그러나 이곳 대표는 라자냐에 깃발로 꽂힌 사진 속 소년, 권태준 대표입니다. 1991년 미국으로 이민갔을 때 먹었던 추억의 그 맛을 재현했다고 합니다. 미국 명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디자인회사 대표까지 지냈지만, 음식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 첫 브런치 카페를 열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디자인 회사 대표 경력 때문인지 가게 인테리어도 로맨틱합니다.

권태준 대표 부부. /권태준 인스타그램

더 로맨틱한 기분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대표님에게 “결혼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요청해보세요. 집안의 반대로 프랑스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에서 단둘이 결혼식을 올린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 순간 더욱 아련해지는 분위기! 앞에 앉은 사람이 더욱 사랑스러워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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