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옆으로 길쭉합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요. 끝에서부터 사각사각 갉아먹어도 맛있고, 뚝 분질러 가운데부터 냠냠 먹어도 맛있습니다. 뜨뜻함이 남아있을 때 먹는게 낫지, 너무 숙성시켰다간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아요. 자 여기까지 힌트를 준 뒤, 인간에게 물어봅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겠죠. 츄러스! 같은 질문을 아프리카 나일악어에게 던져봅니다. 이들은 십중팔구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블랙맘바! 그렇습니다. 공포의 맹독사로 악명을 떨치는 블랙맘바도 악어에겐 츄러스나 다름없는 한입 간식거리예요. 생사람의 목숨을 여럿 잡는다는 놈의 독은, 츄러스에 뿌리는 계피가루처럼 감칠맛을 더해주는 조미료일 뿐이죠. 악어의 블랙맘바 먹방이 최근 소셜미디어(The Latest Sightings Facebook)에 올라와 화제입니다. 나일악어하면 누우·임팔라 같은 영양들을 기습 목으로 잡은뒤 북북 뜯어먹는 육고기 마니아로 알려졌는데, 드물게 뱀을 사냥해 포식하는 장면이 잡힌 거예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우선 동영상부터 보시죠.
이 동영상에서 섬뜩함을 자아내는 것은 악어의 스피드입니다. 뭍에서의 동작은 굼뜰 것이기에 물속에서 기습 매복 방식으로 사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놈이 뭍에서 뛰쳐나와 이처럼 재빠르게 달려가는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그만큼 먹이에 대한 집념이 뛰어난 거예요. 사바나는 빈틈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들을 먹어치워 에너지원을 비축해둬야 합니다. 참고로 나일악어의 경우 시속 35㎞까지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놈에게 걸려든게 그냥 뱀도 아니고 블랙맘바예요. 블랙맘바가 어떤 뱀입니까? 뱜중의 뱜, 독사 중의 독사입니다. 전세계 치명적 독사 순위를 매길 때 빼놓지 않고 다섯손가락에 듭니다. 이 뱀에게 사람이 물렸을 경우 적절한 해독제가 투여되지 않을 경우 30분 안에 목숨을 잃게 됩니다. 독 못지 않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드를 자랑합니다. 네발도 없이 시속 19㎞까지 움직일 수 있어요. 이렇게 빠르고 스피디하면 뭐하겠습니까. 악어에게는 츄러스이자, 국수가락이자, 라면발인걸요. 놈은 악어 이빨에 덥석 물리는 그 순간까지도 오늘이 내 뱀생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도 못 꿨을 거예요.
악어는 가차없습니다. 작은 먹잇감에게도 정성을 들입니다. 한 입에 뱀을 물자 가차없이 후려치고 내리칩니다. 혼절하기도 전에 몸이 짓뭉개집니다. 뼈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터지고, 살과 근육은 곤죽이 되고 있음을 멀리서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 순간까지도 뱀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신은 또렷하되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황에서 꿀꺽 삼켜지는 거죠. 치명적 독을 품는 독니와 낼름거리는 혓바닥까지도 악어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겁니다.
이처럼 악어의 식단에는 같은 파충류들도 있어요. 알을 뚫고 나와 꼬물거리는 어린 시절에는 뱀이나 도마뱀의 먹거리로 곧장 희생되죠. 하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어른으로 자라나면 천하무적입니다. 맹독을 뿜는 뱀, 거대 도마뱀,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한 거북이 모두 메뉴판에 들어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한 치악력과 스피드, 드센 공격성으로 무장한 이 괴수가 파충류를 먹이로 삼는 장면은 말 그대로 괴물이 괴물을 먹어치우는 잔혹의 미장센이예요. 우선 나일악어가 거북을 먹는 장면(2 Chainz Facebook)을 보실까요?
크로커다일(나일악어·바다악어 등)에 비해 앨리게이터는 ‘순한 맛’으로 알려져있죠. 주둥이도 둥그스름하고, 가지런히 나있는 이빨만 봐도 단정하고 신사적인 모습이예요. 그래봤자 악어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습지의 최강사 미시시피악어는 거북이를 으깨먹는 과정을 통해 무시무시한 치악력을 자랑합니다. 악어의 입에 걸려들었을때만 해도 거북이는 별탈 없을 거라고 자신만만했을지도 몰라요. 단단한 등갑이 버텨줄 것이고, 악어는 제풀이 지쳐 자신의 몸뚱이를 내려놓을 거라고 예측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예측했다면 잔혹하게 빗나갔습니다.
영국 BBC 사이언스가 세계 동물의 치악력 순위를 냈더니 1~3위를 악어가 휩쓸었어요. 나일악어·바다악어·미시시피악어순이었습니다. 앨리게이터인 미시시피악어의 턱힘이 상대적으로 처진 것처럼 보여도 하이에나·불곰·북극곰·하마·재규어 등 내노라하는 턱힘의 괴수들을 거든히 앞섰습니다. 이런 괴력을 가진 악어의 주둥이에 걸려든 순간 거북이는 이미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 거예요. 영리한 악어는 입 속에서 거북의 몸뚱이를 90도로 올려세웁니다. 그리고 가공할만한 턱힘으로 앙다뭅니다. 빠각 와드드득 소리가 모니터를 뚫고 들려올 듯 해요. 등딱지와 함께 신체가 파괴됩니다. 공포와 절망감에 네 발을 버둥거리는 거북의 몸뚱이가 산채로 으깨집니다.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등딱지가 부서지는 순간 핏물이 주루룩 빠지면서 먼저 악어의 목구멍으로 쏟아져들어갔을 거예요. 그 피는 악어에겐 뷔페 식사 전에 식욕을 돋구는 에피타이저였을 것입니다. 더 이상의 참상을 볼 수 없게끔 입을 다물고 꿀꺽 삼켜버린 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어요.
그러나 악어의 파충류 사냥의 끝판왕은 역시 서로잡아먹는 동족포식일 겁니다. 악어는 부화할 때 어미와 아비가 새끼들을 극진히 돌보는 습성으로 유명하죠.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무한 생존경쟁을 펼치는 순간 동족은 경쟁자이자 사냥감이 됩니다. 악어농장에서는 식욕이 오를대로 오른 악어가 방심한 동족의 앞발이나 뒷발을 물고 몸을 빙빙 돌리는 특유의 데스롤(death roll)을 통해 우지끈 끊어낸뒤 낼름 삼키는 장면이 종종 벌어집니다. 어린 놈들은 특히 조심해야 해요. 언제 덩치큰 동족의 급습에 비명횡사할지 모르거든요. 나일악어 사이에 벌어지는 동족포식장면을 담은 동영상(Roaring Earth Facebook)을 한번 보실까요?
교활하고 똑똑한데다 무지막지한 파워까지 갖춘 악어입니다. 이 악어들이 한반도의 강에 서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모골이 송연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한반도가 영원토록 ‘악어프리’ 지대로 살 수 있을지 궁금한거죠. 바다수온이 높아지고, 겨울이 짧아지고, 무더위와 폭우가 일상화되고 있어요. 이런 변화의 틈을 타서 누군가 반려동물로 키우다 내다버린 악어가 완전히 정착할 수도 있고, 따뜻해진 수온을 타고 바다악어가 건너올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가 악어 프리 지대였다는 건 더없는 축복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축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걱정도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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