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은 날이 추워지면 온천 때문에 매력이 배가 된다. 온천이 익숙한 한국인에게도 일본 최고의 온천 지역인 오이타(大分)현은 여러모로 새롭다. 시내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천 증기와 더불어 산책하듯 미술관과 음식을 즐기는 ‘유유자적’은 오이타현 여행의 ‘로망’이다. 거기에 한국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더해 최고의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 성하마을

기츠키 성

‘규슈의 작은 교토’란 별칭이 있는 기츠키에는 에도시대 옛 사무라이 마을을 보전한 성하마을이 있다. 목조 건축물에 지금은 보기 힘든 나무 간판 등 아날로그 느낌의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성하마을은 높은 두 개의 언덕이 V자 형태로 형성된 독특한 구조로 마치 깊이 패인 골짜기를 연상시킨다. 또한, 이곳은 기모노를 체험하기에 제격으로 3,000엔(약 2만7천원)이면 기모노 렌탈에 더해 전문 도우미가 에도시대 사람으로 변신시켜 준다. 기츠키 내 주요 관광지는 기모노를 입은 이들에게 무료 개방한다.

■ 하모니랜드

하모니랜드

하모니랜드는 헬로키티, 시나모롤 등 산리오의 유명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대형 테마파크다. 회전목마, 카트 등 스릴 있는 놀이기구는 없지만 그 이면에는 어른도 아이와 함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도록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곳곳에 키티와 친구들의 캐릭터 모형으로 놀이기구가 만들어져 있다. 특히 키티 공식 테마파크인 점을 살려 헬로키티의 이미지에 맞는 가구와 소품으로 꾸며진 ‘키티의 성’에서는 헬로키티와 사진 촬영, 기념품 샵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 오이타 현립미술관

오이타 현립미술관 '아마니와'

오이타 현립미술관은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반 시게루가 설계한 건물이다. “예술과 사람을 연결하다”라는 테마로 길거리와 미술관의 경계를 가깝게 만들어 방문객이 편히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거대한 계란 모양의 오브제와 더불어 유리로 만들어진 벽과 설치 작품으로 하늘 정원 분위기를 연출한 옥외전시공간 ‘아마니와’ 등 자연광을 활용한 디자인과 개방감이 인상적이다. 약 5,000점의 소장품 내 컬렉션 전시 외에도 2025년 1월 19일까지 열리는 살바도르 달리 탄생 120주년 기념 전시 등 기획전도 진행하고 있다.

■ 아카렌가관

아카렌가관

아카렌가는 우리말로 붉은 벽돌을 뜻한다. 1913년 지어진 건물로 도쿄역, 일본은행 본점을 설계한 건축가 다쓰노 긴고가 설계했으며 1996년 국가유형문화재로 등록됐다. 일본 근대 건축 역사의 상징으로 벽돌은 도쿄역과 같이 영국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서양의 문화가 일본에 들어왔던 당시의 시대상을 전해주는 건축물이다. 오이타 은행 소유의 건물로 현재 오이타현 각지에서 엄선된 특산품을 판매하는 ‘Oita Made Shop’이 입점해 있다.

■ 타이차즈케

타이차즈케

1698년 문을 연 와카에야는 16대째, 300년 넘게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다다미 바닥에 기품 있는 장식품으로 가득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타이차즈케의 일종인 우레시노다. 타이차즈케란 녹차물에 밥을 말아먹는 오차즈케와 도미의 타이(鯛)가 합쳐진 이름으로 도미살을 얇게 떠서 타레소스와 함께 밥 위에 얹고 따뜻한 차를 부어 먹는다. 300여년 전 영주가 먹고 감탄했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음식으로 맛이 비릴 듯 싶지만 실제 맛은 훌륭하다.

오이타 와규

오이타 와규

오이타 와규는 오이타현의 비옥한 땅에서 자란 소고기에 붙은 이름으로 고운 마블링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으로 씹을수록 육즙이 퍼지는 1등급 소고기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벳푸역 인근에 있는 ‘사쿠’는 오이타 브랜드 식재료를 취급하는 테판야키 레스토랑으로 프렌치 요리 경력 40년의 셰프가 창의적인 요리를 내놓는다. 오이타 와규의 채끝 부위를 사용한 스테이크가 진미로 대형 철판에 각종 채소와 함께 와규를 구워 내는데 부드러운 식감과 촉촉한 살코기의 풍미가 일품이다.

■ 토리텐

토리텐

토리텐은 오이타의 대표 요리로 흔히 덴뿌라라고 알고 있는 밀가루, 계란 등을 넣은 튀김 옷을 닭고기에 얇게 입혀 튀겼다. 초간장과 겨자를 섞은 폰즈 소스에 찍어 한입 베어 물면 톡 쏘는 맛과 바삭바삭한 튀김, 부드러운 닭고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자카야 ‘카미후센’은 토리텐 맛집으로 1982년 오픈한 노포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복층의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으로 세키아지(전갱이) 사시미, 야키토리(꼬치구이)도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