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 충돌한 걸까. 우주정거장에 도킹한 우주선일까. 사각 건물에 거대한 구(球), 직육면체 덩어리가 툭툭 박혔다.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정체불명 건물은 지난 13일 완공한 대만의 ‘타이베이 공연 예술 센터(Taipei Performing Arts Center)’. 왁자지껄한 스린(士林) 야시장 옆, 5만9000㎡(약 1만8000평) 땅에 들어선 문화 시설이다. 지난 2009년 타이베이시(市)가 문화 허브를 목표로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로 13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설계자는 네덜란드 건축사무소인 OMA의 렘 콜하스(78·하버드대 건축대학원 교수)와 데이비드 지아노텐. 콜하스는 지난 2000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해체주의 건축을 이끌어온 거장이다. OMA 대표작으로는 베이징 CCTV 본사, 시애틀 공립도서관 등이 있다. 리움미술관(공동 설계), 서울대 미술관 등 한국에도 이들의 작품이 있다.
건축계 대표 지성으로 꼽히는 콜하스와 지아노텐은 이번엔 연극의 예술사적 의미를 되짚었다. “연극은 시민 참여를 위해 시작된 고대 예술 형식이었으나 현대엔 교양 있는 이들을 위한 예술로 진화했다. 그만큼 서민의 일상에서 중요도가 줄었다.” ‘시민을 위한 예술’이라는 연극의 출발을 환기하면서 창의력이 샘솟는 극장 건축을 생각했다. 예술 센터를 문화 생산 기지로 한정 짓는 것도 거부했다. “점점 표준화되고 있는 공연장 건축에 파격을 줘 연극의 역사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형태와 기능, 양 측면에서 대담한 실험을 했다. 건물 몸통의 삼면에 구, 직육면체, 육면체를 박았다. 구 형태 공간은 800석 규모 공연장 ‘글로브 플레이하우스’, 직육면체는 800석 규모 ‘블루박스’, 육면체는 1500석 규모 ‘대극장’이다. ‘퍼블릭 루프(Public Loop)’라는 이름의 1층 연결 통로는 지붕까지 연결돼 있다. 표를 사지 않고도 1층부터 지붕까지 올라갈 수 있다.
건축으로써 시장통의 활기찬 에너지와 공연장을 ‘도킹’해 극예술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OMA가 구현한 21세기 극장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