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가 설계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외관이 울퉁불퉁한 비정형(非定型)인 까닭에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이 건물이 ‘캔버스’로 변신해 우주를 담았다. 건물을 감싸고 있는 은빛 알루미늄 판에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아트 ‘2022 서울라이트 DDP’ 전시다.
‘우주적 삶’을 주제로 10분여간 펼쳐지는 올해 전시 영상엔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항해하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내 그래픽 아티스트 ‘Nsyme(엔자임)’과 그래피티 아티스트 ‘범민’, 영상 스튜디오 ‘자이언트스텝’이 함께 꾸민 작품이다. DDP에서 출발한 우주선은 보랏빛∙에메랄드 빛 성운(星雲)들 사이로 밤하늘의 우주를 유랑한다. 목성과 토성을 지나며 우리 은하를 탐험하고, 미지의 블랙홀을 거쳐 다시 지구로 되돌아오는 여정이다.
작품은 DDP ‘어울림 광장’ 앞 222m에 걸친 벽면에 펼쳐진다. 한눈에 담기 어려운 작품의 스케일 때문에, 자연스레 곡선형 DDP를 따라 걸으며 우주를 감상하게 된다. 전시장엔 우주 탐험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OST 같은 웅장하고 몽환적인 배경음악이 흘러나와 마치 실제로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영상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총 5회 상영한다. 메인 영상 말고도 하루 한 차례(오후 8시 30분)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철학을 영상으로 표현한 미디어 아트를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기간(22~25일)엔 ‘스티키’ 캐릭터를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스티키 몬스터랩’과 화가 임태규가 제작한 특별 영상이 메인 영상과 교차 상영된다. DDP 내부 ‘디자인랩’에선 행사 주제의 서사를 담은 전시 ‘우주-백패킹’이, 디자인갤러리에선 ‘우주의 질서’를 주제로 한 타이포그래피 전시 ‘진달래&박우혁: 코스모스’가 진행된다.
야외에서 관람하는 전시이기 때문에 두꺼운 겉옷은 필수. 서울의 겨울은 때로 우주보다 춥다. 31일 밤까지 열리는 전시는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를 마지막으로 끝난다.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