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가 미국 유명 미술관에 소장됐다.
평범한 바나나 하나를 벽에 은색 박스테이프로 붙여놓고는 엄연히 ‘작품’이라 주장한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60)의 문제작 ‘코미디언’이 결국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 소장됐다고 뉴욕타임스 등 현지 외신이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미술장터 아트바젤 마이애미에 출품돼 화제를 일으킨 작품으로, 당시 12만 달러(약 1억4000만원)라는 높은 가격에도 판매가 성사됐다. 그리고 익명의 소장자가 이번에 미술관에 기부한 것이다.
다만 일종의 개념미술 작품이기에, 바나나와 테이프 실물 대신 정품보증서와 “바나나는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한번씩 교체하고 땅에서 175㎝ 높이에 설치하라”는 내용의 세밀한 지시사항이 담긴 14쪽짜리 설명서만 미술관 측에 전달됐다. 구겐하임미술관장 리처드 암스트롱은 “모던 아트 역사의 연결을 돕는 연결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물받게 돼 기쁘다”며 “게다가 보관에 대한 스트레스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미술관 측은 그러나 기부받은 작품을 언제 어떻게 전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술관에게 개념미술 소장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특히 식품(바나나) 등 소재나 표면 재질이 연약한 경우 보관 방식의 문제가 대두된다. 영국 테이트모던에 소장된 이탈리아 작가 피에로 만초니(1933~1963)의 ‘예술가의 숨’같은 경우, 1960년 작가가 빨간 풍선에 숨을 불어넣고는 묶어놓은 작품이다. 하지만 풍선 바람은 필연적으로 빠지기 마련이어서, 현재 미술관은 납작해진 풍선 잔해와 당시 풍선을 묶고 있던 납 봉인된 끈 두 개를 작은 나무 받침대 위에 붙여놓은 채 전시하고 있다. 이 같은 ‘시간 기반’ 재료로 제작된 작품을 다루기 위해 미국 허시혼미술관 등 보존전문가를 보유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