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이 아니어도 언제나 만월(滿月)이다.
한강에 인공 달이 떴다. 10여년간 방치된 서울 노들섬 선착장 위에 지름 12m 알루미늄 달이 들어선 것이다. 이름하여 ‘달빛노들’이다. 버려진 유휴 공간을 예술 명소로 바꾸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일환. 도색하지 않은 철제 원형 구조물에 크기가 다른 구멍 4만5000개를 뚫어 빛이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비정형의 구멍이 모여 이뤄낸 얼룩덜룩한 표면이 달의 지질(地質)처럼 보인다. 밤에는 내부에 설치된 조명이 일렁이는 수면 위에 노란 달무리를 흘린다.
노들섬은 바람이 세고, 침수가 잦은 곳이다. 그 악조건을 선착장이라는 부유 수상 문화 공간으로 역이용했다. “꽉 채우지 않는 비움과 흐름의 장소성에 주목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집중호우가 내리는 날에는 달이 더욱 가볍게 떠오를 것이다. 지난해 진행된 공모에서 덴마크 작가 수퍼플렉스, 영국 랜덤인터내셔널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한국의 네임리스건축(Nameless Architecture)이 선정됐다. 투입 예산은 9억원이다.
정월대보름에 정식 개장한다. 한강과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물 안 2층 높이 전망대도 이용할 수 있다. 개장 전이지만 지금도 누구나 구경할 수 있다. 달은 어디 가지 않고 한강 위에 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