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합니다.”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 이중섭·박수근·김환기의 그림이 처음 ‘NFT’(Non Fungible Token)로 제작돼 경매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진위(眞僞) 및 저작권 논란이 불거지며 잠정 중단됐다. 경매를 추진하던 국내 업체 워너비인터내셔널 측은 2일 입장문을 내 “관련 논의가 철저히 확인·정리될 때까지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관련 재단 및 유가족들을 찾아뵙고 사죄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 업체는 이중섭 ‘황소’, 박수근 ‘두 아이와 두 엄마’, 김환기 전면점화 ‘무제’ NFT 작품을 16일부터 3일간 한국·미국·영국 등 22국 동시 온라인 경매로 판매할 계획이었다. 해당 출품작은 실물을 스캔해 컴퓨터 파일로 만들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NFT로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실물 원본 저작권자인 박수근 유족과 환기미술관 측이 반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해당 작품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실물 소유권자 뿐 아니라, 저작권자의 동의도 구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이중섭의 경우 사후 50년(1962년 이전 작고 작가 기준)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한 상태다.
환기미술관 측은 “김환기 관련 상표권 및 지식재산권 일체를 보유한 기관으로서 NFT 제작 및 경매를 위한 저작권 사용을 그 어떤 기관에도 승인한 바 없다”고 했다. 특히 이번 경매 출품작에 대해 “김환기 공식 아카이브에 등재되지 않은 작품”이라며 진위 여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수근의 장남 박성남 화가는 “그림이 조악해 진품으로 보이지 않아 요청이 왔더라도 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동은 실물 작품 진위 및 저작권 분쟁이라는 NFT 미술 시장의 맹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예술법 전문가 캐슬린 김 변호사는 “NFT는 실물 작품을 디지털 이미지로 복제·전송·전시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가 없었다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며 “시장이 혼탁한 현재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관련 판매 정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