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건희 컬렉션’ 1488점을 삼성 측으로부터 기증받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달 7일 진행한 언론 공개회 당시 작품 설명에 오류가 있었다”고 11일 공식 사과했다. 기증 목록에 포함된 이중섭의 ‘황소’<아래>를 소개하면서 다른 엉뚱한 ‘황소’ 그림<위>을 화면에 띄워 놓고 설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작품 해설도 잘못된 상태였다.

미술관 측은 “발표 자료 내 소개된 ‘황소’ 그림은 동명의 다른 작품”이라며 “기록용으로 보유 중인 작품 이미지 및 설명 일부가 잘못 삽입됐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황소’는 입을 살짝 벌려 혓바닥을 드러낸 그림이지만, 미술관 측이 소개한 그림은 포효하듯 입을 벌려 이빨을 드러낸 격정적 화풍의 작품이다.

게다가 미술관은 기증작에 대해 “1955년 1월 이중섭 개인전에 출품됐다가 시인 김광균이 샀던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이 역시 제대로 확인된 내용이 아니었다. 한 달이 지나서야 미술관은 “초기 소장 이력은 알려져 있지 않고 ‘이건희 컬렉션’으로 들어간 후 오랫동안 발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을 수정했다. 이 같은 실수로 일부 매체의 오보(誤報)가 잇따랐고, 언론 공개회 촬영 사진 등이 확산·배포되며 혼란이 가중됐다.

당시 작품 설명은 윤범모 관장이 진행했다. 근대미술 전문가를 자처하는 윤 관장이 이처럼 중대한 오류를 눈치조차 채지 못한 것이다. 이번 소동이 기증품의 정확한 소개와 예우보다 ‘획득’ 성과 홍보에 급급했던 국립미술관의 가벼움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