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오세열(76)씨는 여섯 살 되던 해 6·25전쟁을 겪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나, 그의 그림은 동심(童心) 자체라 할 수 있다. 아이가 그린 듯 단출한 사람의 형상 혹은, 캔버스에 단색의 물감을 쌓아 올린 뒤 촉으로 긁어 숫자의 나열을 새기는 화풍은 얼핏 어릴 적 칠판을 떠올리게 한다. 조선일보 100주년 한글 특별전 ‘ㄱ의 순간’에도 참여했던 오씨는 “학창 시절 연필로 처음 쓴 언어가 이 숫자”라고 밝힌 바 있다. 1·2·3·4·5·6·7·8·9·10…. 무한히 흘러가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노(老)화가의 독특한 천진함이 17일부터 19일까지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에서 소개된다. 1998년작 인물화 ‘무제’<그림>부터 2021년 신작까지 작품 세계 전반을 조명한다. 올해 전시 주제는 대유행병으로 야기된 제약을 뛰어넘자는 의미의 포털(portals·문)이다. 전 세계에서 선별된 갤러리 94곳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서 오씨는 한국의 학고재 부스를 통해 동심으로 재난의 시대를 넘어서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무제'(2018). /학고재

오세열은 현실이 혼란스러울수록 내면의 가치에 주목하자고 제안한다. 마음을 돌아보는 행위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화가는 바깥이 어두울 때마다 안쪽을 들여다봤다. 나이 먹어도 유년이 그림 속에서 계속 살아있는 이유일 것이다. artbasel.com/ov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