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열린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외부 전경. 한국관 예술감독 선발 과정이 공정성 논란을 빚으면서 최종 결과가 전면 취소됐고, 이후 선정위원회 전원 사퇴로 번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 과정의 불공정 논란으로 인한 초유의 재심사 결정<본지 6월 30일 보도>에 이어, 선정위원 전원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예술감독 및 작가 선정 일정이 두 달 가까이 연기되면서 내년 4월 개최되는 비엔날레 전시 준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관 운영을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예술감독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선정위원회를 꾸려 재심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달 열린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 과정에서 “면접 대상자와 특정 선정위원의 친분 관계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후 문예위는 “일부 선정위원과 심사 대상자 간 심사 제척(除斥) 사유가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해당 선정위원 1명을 제외한 상태로 심사 과정을 전면 다시 시작하기로 공지했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 6일 열린 재심의 1차 회의에서 선정위원들은 “이미 한 차례 심사를 진행했는데 심사를 백지 상태로 임한다는 게 가능하겠느냐”며 “모두 사퇴하고 선정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게 옳다”는 의견을 나눴다.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2명의 공무원(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문예위 사무처장)도 투표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 선정위원회 전원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당초 문예위가 선정위원회 재구성 대신 ‘1명 제외’ 방침을 밝힌 직후, 임시 방편이라는 비판이 미술계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한 선정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바깥에서 많은 말이 돌고 있는데 투명하고 공정한 처사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미술계에서 가장 큰 국제 행사를 준비하면서 매번 운영위원회도 없이 진행되는 주먹구구식 선정 방식을 이제는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내년 4월 개최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엔날레는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가장 저명한 국제 미술 행사지만, 이번 논란으로 한국관 예술감독은 위상에 큰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위원회는 6인의 자문위원단이 각자 6명씩 추천인을 적어내 큐레이터·교수·미술관장 등으로 분야를 나눠 중복 추천된 인사를 대상으로 5인(당연직 2인 제외)을 뽑는다. 자문위원단은 문예위 시각예술분야 비상임위원 1인, 직전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위원회 외부 전문위원 5인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