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쓰레기는 자연물처럼 보인다. 설치미술가 정재철(1959~2020)은 전국의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해양 쓰레기를 수집했다. 작가가 신화 속 괴물의 이름을 빌려 ‘크라켄 부분’이라 명명한 쓰레기<사진>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등이 녹아 돌 위에 눌어붙은 것으로, 일종의 혼종(混種)이다. 작가는 좌대 위에 이것을 작품처럼 올려두고는 이것이 발견된 위도와 경도를 적어놨다. 오염의 현장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정재철 회고전이 8월 29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대형 설치작뿐 아니라, 드로잉·화첩 등 미공개 유작을 소개하는 자리다. 중앙아시아 등지를 여행하며 폐(廢)현수막으로 햇빛 가리개 등을 제작한 ‘실크로드 프로젝트’부터, 바닷가에서 건져올린 쓰레기를 하나하나 분류해 늘어놓는 ‘블루오션 프로젝트’까지 경계 너머 공유지로서의 생태계를 대하는 자세를 드러낸다.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