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앞에 선 방탄소년단 리더 RM.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김환기 앞에 RM이 섰다.

미술애호가로 유명한 방탄소년단 리더 RM(본명 김남준·27)이 ‘이건희 컬렉션’ 탐방에도 나섰다. 먼저 찾은 곳은 국립현대미술관이었다. RM은 지난 21일부터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 전시장을 찾았고, 평소 애정을 감추지 않았던 화가 김환기(1913~1974)의 대작 ‘여인들과 항아리’ 앞에서 감상에 젖었다. 음악 활동으로 빽빽한 일정 속에서 손수 사전 예약까지 해가며 미술관을 찾은 RM의 방문 소식은 방탄소년단(BTS) 공식 트위터를 통해 최근 알려졌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김환기가 남긴 그림 중 가장 큰 규모(281.5x567㎝)로, 1950년대 방직 재벌 삼호그룹 정재호 회장의 서울 퇴계로 자택 벽면을 장식하기 위해 주문 제작된 것이다. 1960년대 말 미술시장에 매물로 나와 이건희(1942~2020) 삼성그룹 회장이 소장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은 ‘이건희 컬렉션’ 중에서도 한국 미술품 최고가(價)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항아리·학·사슴·반라의 여인 등 1950년대까지 김환기가 즐겨 사용하던 모티브와 더불어, 색면 추상을 배경으로 삼는 실험성까지 겸비한 이 작품에 대해 “경매시장에 나올 경우 현재 한국미술품 최고가인 김환기의 ‘우주’(132억원)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M의 인증 사진 덕에 이 그림에 대한 팬들의 호기심도 증폭되고 있다.

유영국 '산' 연작 앞에 선 RM.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RM은 대구미술관에서도 목격됐다. 이번엔 유영국(1916~2002)의 그림 앞이었다. ‘이건희 컬렉션’ 중 대구에 기증된 21점을 소개하는 특별전 ‘웰컴 홈: 향연’을 찾은 RM은 한국 추상 거장 유영국의 1970년대 ‘산’ 연작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겼다. 산(山)이라는 자연에 바탕한 추상으로, 삼각형의 기하학적 질서로 탄탄한 밀도를 이룩한 대표작이다. 대구미술관은 1일 “트위터에 올라온 ‘RM 인증 사진’으로 열기가 뜨겁다”며 “개막 한 달 만에 2만명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RM의 미술관 투어 복장(벙거지·반팔·반바지)을 따라하는 관람객들의 인증 사진도 속출하고 있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RM 방문 소식 다음날부터 모자를 쓰고 사진 찍는 관람객이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며 “전시에 흥미를 더하는 요소가 하나 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