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아니라 존재가 중요하다.
인구 10만의 경남 밀양에는 미술관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작은 미술관’이 처음 문을 열었다. 옛 폐교(하남읍 명례리 명례초) 건물을 재단장한 것이다. 교실 두 개와 운동장을 활용해, 시골에서는 다소 생소할 설치미술·그라피티 전시 등을 개최했다. 주민부터 근처 캠핑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알음알음 들렀다. “‘밭에서 막 왔는데 흙 묻은 발로 어떻게 들어가느냐’며 전시장 앞에서 신발을 벗으시던 동네 할머니가 기억난다”며 “평생 미술과 동떨어져 있었음에도 관람 후 자기 해석과 감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미술관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고 강지현 관장은 말했다.
시골 동사무소·마을회관 등 유휴 공간을 미술관(전시장)으로 바꾸는 ‘작은 미술관’ 사업이 올해 7년을 맞았다. 매년 공모로 “생활권 내 등록 미술관이 없거나 또는 미술 문화 확산이 절실한 지역”을 선정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신규 조성 및 전시 활성화 차원의 지원금(최대 7000만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4년간 방치된 보건소가 변모한 ‘남해 바래길 작은미술관’을 시작으로, 새마을운동 당시 각 가정에 배급된 시멘트로 주민들이 직접 지은 마을회관을 활용한 신안 ‘둔장마을 미술관’까지…. 올해는 전남 광양에 ‘섬진강 끝들 작은 미술관’이 새로 들어선다.
기성 작가를 초청해 교류의 기회를 건네고, 지역 특화 주제를 선정해 미술과의 거리감을 좁힌다. 경남 하동 ‘악양 작은 미술관’은 사진가 임안나를 초청해 지역민이 가져온 애장품과 함께 ‘인생샷’을 찍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과거 성매매 업소를 문화 공간으로 조성한 전북 전주 ‘뜻밖의 작은 미술관’은 이달 24일까지 이 지역 예술가 7인의 작품으로 동네의 변천사(史)를 제시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작은 미술관 14곳을 관람객 17만3000여 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작은 미술관의 자립과 유지가 쉽지는 않다. 전문 인력 및 예산 부족 탓이다. 문예위 측은 “지원금에 기대지 않고도 자생할 수 있도록 홍보 다각화와 미술관끼리의 네트워킹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달부터는 작은 미술관 전시와 작가 인터뷰를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핵심은 미술관이 아니라 미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