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센세이션을 먹고 자란다는 정설이 또 한번 확인 됐다.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Banksy)의 문제적 작품 ‘풍선과 소녀’가 3년만에 경매에 나와 기존 가격보다 20배 높은 약 304억원에 낙찰됐다. 1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870만 파운드에 팔려, 뱅크시의 경매 최고가(價)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작품 구매자는 아시아 개인 수집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돼 당시 약 15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경매사가 망치를 ‘땅’ 내리치자마자, 액자 안에 있던 캔버스가 밑으로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절반이 세절(細切)됐다. 미술계를 일순 경악케 한 일대 사건이었다. 이 파괴된 그림에 뱅크시는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라는 새 제목을 붙였다.
당시 ‘그림 자폭’은 뱅크시가 직접 꾸민 일이었다. 액자 내부에 철제 파쇄기를 설치한 뒤, 경매 현장에 잠입해 리모컨을 통해 기계를 원격 작동시킨 것이다. 이 과정을 촬영한 1분짜리 영상이 경매 이틀 뒤 뱅크시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영상과 함께 뱅크시는 “파괴의 충동은 곧 창조의 충동”이라는 피카소의 발언을 인용문으로 남기기도 했다. 지난 달 소더비 측은 이 그림의 출품 소식을 알리며 이전보다 최대 6배 오른 값에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이를 훨씬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