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열린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외부 전경. 내년 전시를 앞두고 예술감독을 둘러싼 초유의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가와의 갈등이 불거져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해촉 절차가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도 베네치아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이영철(64) 계원예대 교수에 대한 갑질 논란(제작비 미지급) 등에 대한 진정이 소관부처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최근 접수됐다. 진정을 넣은 이는 다름 아닌 이 교수와 함께 팀을 이뤄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된 설치미술가 김윤철(51)씨였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선정위원회를 소집해 이 교수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 계획을 다음달 초까지 제출하지 않을시 예술감독 직위를 박탈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지난 20일 보냈다. 미술계 관계자는 “작가와의 마찰로 예술감독 해임이 논의되는 건 전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베네치아비엔날레는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대표적 미술 축제지만, 잇따른 분란으로 한국관 위상 훼손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예술감독 선정 과정에서도 후보자와 선정위원 간 제척(除斥) 사유가 발생해 심사가 1차부터 전면 재시작되고, 선정위원 전원이 교체되는 소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당시 특정 심사위원과의 업무적 연관성으로 제척 사유를 야기한 당사자였다. 재심사로 지난 8월 이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임명됐지만 논란은 진행 중이다. 미술계에서는 “전시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교수는 다음달 발표 예정인 국립현대미술관 신임 관장 최종 후보에도 올라있다.

김 작가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작품 제작비를 지급받지 못해 개인 대출까지 받아가며 작업했다”면서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스튜디오 스태프들과도 엮여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성 있는 시정 조치가 없다면 다음달 선정위에서 해촉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제작비는 공금이기에 사용 출처 지급 서류 완비 과정에서 지급이 늦어졌다”며 “행정 절차로 인한 교감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술감독이 바뀔 경우, 예술감독과 함께 작업했던 작가는 어떻게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애초에 예술감독이 작가를 선택한 것이기에 감독과 작가가 사실상 한 묶음인데다, 이같은 갈등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이번 계기를 통해 명확한 규약과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작가와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전시 개막은 내년 4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