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회사의 무분별한 운영으로 1차 시장과 2차 미술 시장 간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한국화랑협회가 국내 양강(兩强) 미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케이옥션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3일 발표했다. “경매 횟수 등을 제한하는 신사 협약을 지난 2007년 체결했음에도 경매 회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1차 시장(화랑)의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술 시장이 과열되면서 “메이저 경매는 연 4회로 제한한다” 등의 합의를 도출했지만 유명무실화됐다는 주장이다. 황달성 회장은 “경매 회사마다 크고 작은 경매를 매년 50~80회씩 열어 이윤을 독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화랑협회는 회원사 150여 곳이 모인 전국 단위 유일의 화랑 연합체로, 경매 회사를 겨냥해 성명서를 배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 시장 규모 9000억원을 넘긴 활황의 이면, 화랑과 경매라는 두 시스템의 충돌을 보여준다. 화랑협회는 또 “경매 회사가 화랑과 일하는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 출품을 의뢰하는 ‘직거래’ 유도로 화랑의 고유 영역마저 침범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경매가 너무 자주 열리다 보니 저인망식 출품이 이뤄지고, 예술성이 검증되지 않은 매물이 대거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1년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324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1년 한 해 열린 경매만 총 255건으로, 전년(195건)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울옥션·케이옥션은 전체 경매 시장의 91%를 차지한다. 화랑협회 측은 “작년 하반기 협회 조사에서 회원 화랑 70%가 경매 회사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거나 들은 바가 있다고 응답했다”며 “지나친 가격 유동성으로 인한 투기 조장, 주요 작가를 제외한 다수 작가진의 평가절하 등이 지적됐다”고 했다.
경매 회사 측은 “경매 횟수나 역할을 제한하려 드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맞섰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크리스티·소더비 등 외국 경매 회사의 경우 디지털 예술로까지 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수요가 늘고 시장이 원하는데 우리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케이옥션 측도 “운영 기조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에 화랑협회는 단체 행동에도 나섰다. 회원 화랑을 대상으로 낙찰 및 응찰 수수료 없는 새 미술품 경매 행사를 조직해 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키로 한 것이다. “시장의 균형 성장을 위해 더 강력한 후속 조치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