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 유족 측이 NFT 작품 제작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NFT(Non-Fungible Token)는 복제불가능토큰의 약자로, 디지털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가상화폐로 사고 파는 신종 거래 수단을 일컫는다.
지난해부터 미술계의 가장 뜨거운 영역으로 급부상한 NFT 시장에 피카소 유족이 가세했다. 피카소의 손녀 마리나 피카소(72)와 그녀의 아들 플로리안 피카소(32)가 피카소가 남긴 도자기 작품을 NFT로 제작해 경매에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지난 27일(현지 시각) AP통신은 “피카소 상속인들이 NFT 열풍에 올라탔다”며 “피카소 NFT는 비틀즈 노래가 애플 아이튠즈에 들어간 것과 같은 상징성을 지닌다”고 보도했다.
이번 NFT 작품은 1958년 10월에 제작된 미공개 도자기 작품을 토대로 1000여 점이 제작될 예정이다. 피카소의 증손자 플로리안은 “모든 것은 진화한다”며 “항상 창의적이었던 작가를 향한 경의라는 점에서도 NFT는 피카소의 유산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NFT 작품이 오는 3월 미국서 열릴 소더비 경매 출품 가능성을 내비치며, 수익의 일부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그러자 또 다른 파블로 피카소의 유족이 반발하고 나섰다. 피카소 작품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피카소 위원회(Picasso Administration) 측은 법정 대리인을 통해 “이 혼란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피카소의 후계자가 승인한 피카소 NFT는 없다”고 공박한 것이다. 피카소 위원회는 피카소의 자녀인 마야 위드마이어 피카소(87), 클로드 루이즈 피카소(75), 팔로마 루이즈 피카소(73) 등으로 이뤄져있다. 28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들의 변호사는 “NFT 제작은 플로리안과 그 협력자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피카소 작품의 저작권 사용은 오로지 피카소의 아들 루이즈 피카소만이 허가할 수 있지만 그는 NFT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