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포도동자문 매병. /KBS

설을 앞두고 방영된 KBS 장수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서 도자기 최고 감정가격이 갱신됐다.

30일 TV쇼 진품명품에 나온 ‘청자 포도동자문 매병’은 15억원의 감정가를 기록했다. 도자기만 놓고 보면 가장 비싼 가격이고, 출품작 전체를 놓고 보면 2위에 해당한다.

청자 포도동자문 매병은 12세기 중기에서 13세기 사이 제작된 도자기로 고려청자의 일종이다. 웅크리고 앉은 매의 형태를 닮아 ‘매병’이라 불리는 이 도자기의 겉면에는 포도와 동자가 그려져 있다. 김준영 도자기 감정위원은 “주전자에 포도와 동자가 그려지는 경우는 있지만, 청자는 그렇지 않다”며 “상당히 귀한 것”이라고 했다.

도자기 곳곳에 있는 포도 문양의 의미는 풍요, 다산, 벽사(辟邪·귀신을 내쫓음)다. 포도는 한 가지에 많은 열매를 맺는 식물로 풍요와 다산을 뜻한다. 포도의 덩굴손이 용의 수염과 닮았다는 이유로 벽사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도자기 한가운데 그려진 포도 줄기와 노는 듯한 동자의 모습은 자손이 끊이지 않고 번성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동자라는 존재가 세속에 물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성을 의미하며, 불교적으로는 부처의 아들이기 때문에 공양을 뜻한다.

'청자 포도동자문 매병'에 그려진 포도(왼쪽)와 동자. /KBS

김 위원은 “규모가 큰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도자기”라며 “보물급”이라고 했다. 또 “800년이나 된 도자기라 지열이나 풍화로 생긴 금은 큰 흠이 되지 않는다”면서 감정가로 15억원을 책정했다. 그는 “잘 관리해서 박물관 같은 곳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995년부터 방영된 TV쇼 진품명품의 역대 최고 감정가는 25억원을 기록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채색본이다. 그 뒤를 석천(石泉) 전일상의 석천한유도(15억원), 청자상감모란문 장구(12억원), 낙서(洛西) 장만의 영정(12억원) 등이 잇는다. 그외에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남긴 유묵 ‘경천(敬天)’은 감히 감정할 수 없다는 상징적인 이유로 ‘0원’의 감정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순국 직전 뤼순 감옥에서 쓴 유묵 ‘경천’. /서울 옥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