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늙는 대신 깊어진다. 화가 김춘수는 오로지 청색, 정확히는 울트라마린(ultra-marine)으로만 화면을 채우는 색면 추상 연작<사진>에 20년 가까이 몰두하고 있다. 손가락에 묻힌 물감이 켜켜이 화면을 잠식하며 색은 깊이를 획득하는데, 그것은 점차 창공이나 심연처럼 보이게 된다.
50대부터 70대까지 화가 14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전시 ‘히든 마스터피스’가 서울 갤러리BK 한남점·이태원점에서 24일까지 열린다. 가장 핵심의 획 몇 개로 수묵화를 창조하는 김호득, 물감 묻힌 조약돌을 굴려 화면에 흔적을 남기는 최상철 등 귀하고 뚜렷한 개성의 화풍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무료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