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기자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유물의 광휘가 만만치 않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이 6월 30일까지 여는 개관 40주년 특별전 ‘기억’<사진>이다. 1부 ‘마음이 우러나다’에선 삶의 시작을 알리는 태항아리(아기의 태를 담는 항아리)와 태지석(태항아리의 주인공을 기록한 돌) 같은 백자 명품을 선보이고, 2부 ‘삶이 이어지다’는 삼국시대 갑옷 등 무덤 부장품을 공개한다. 3부 ‘참이 드러나다’는 기억의 근거를 시각화한 조선시대의 초상화와 계회도(관료들의 모임을 그린 그림)를 볼 수 있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았으면서도 좀처럼 붐비지 않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성보실업을 설립한 기업가 호림 윤장섭(1922~2016)은 간송 전형필, 호암 이병철과 함께 3대 문화재 수집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평소 “문화재 값은 깎는 게 아니다”라는 신조를 지녔으면서도 만년까지 지하철을 타며 검소하게 살았다고 한다. 호림박물관은 그가 출연한 기금과 유물을 바탕으로 1982년 개관했으며 국보 8건, 보물 54건 등 1만8000여 점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