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작가 소개보다는 ‘○○가 구매했다’는 말을 흔히 듣게 되는 요즘… 왜 우리는 셀럽(유명인)들을 따라가는가? 셀럽들은 우리보다 높은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가?”
아트페어는 그림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한 격렬한 장터다. 눈과 귀를 현혹해야 한다. 그러나 17일 개막한 ‘제40회 화랑미술제’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독특한 도발을 발견할 수 있다. 개관 30주년을 맞은 갤러리신라 측은 부스 벽면 대부분을 판매 그림 대신 “셀럽 출입 금지, 애호가는 환영”이라는 문구로 채웠다. 그리고 무분별한 ‘따라 사기’를 경계하자는 선언문을 A4 용지에 인쇄해 비치했다.
벽면 앞에는 관람객 대상 설문조사용 쪽지가 놓여있다. ‘전시장을 찾거나 작품을 구매할 때 셀럽들의 선택에 영향을 받은 적 있다/없다’ 등 4개 문항이 담겼다. ‘왜 우리는 우리의 취향을 타협하는가?’라는 주관식 질문도 포함됐다. 한 관람객은 “내 안목에 자신이 없어서…”라고 적었다. 50여 장의 자아성찰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미술계 셀럽으로 가장 빈번히 판매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BTS 멤버 RM 등 특정인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디렉터 이준엽(33)씨는 “셀럽은 잘못이 없다”며 “다만 그들을 이용하는 업계의 반성을 유도하고 더 건강한 미술 시장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 10월 국내 최대 아트페어 KIAF에서 더 파격적인 기획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