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다들 저랑 일하기 까다롭다고 하는데…. 그래도 기대하는 뭔가가 있으니까 부르겠죠?”
설치 미술가 양혜규(51)씨는 현재 세계 무대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 작가로 첫손에 꼽힌다. 지난 5일 개막한 덴마크 국립미술관 대규모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음 달에만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단체전, 독일 슈투트가르트주립미술관 3인전, 베를린 바바라빈 갤러리 개인전이 예정돼 있고, 10월에는 프랑스 파리 샹탈크루젤 갤러리 개인전이 열린다. 22일 자신의 올해 일정을 소개하는 기자 간담회에서 양씨는 “전 세계 미술관마다 각자 특성이 달라 감(感)을 빨리 잡는 게 중요하다”며 “해당 미술관의 분위기와 해당 국가 및 도시의 이슈 등을 캐치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특히 7월까지 열리는 덴마크 첫 개인전은 북유럽에 그의 작품 세계를 알릴 주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소설 ‘모래의 여자’와 단군신화를 각색한 오디오 작품 ‘모래 동굴 안의 곰 여인 이야기’ 등 이질적 문화의 융합을 보여주는 동시에,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 혈통의 비판적 예술가 피아 아르케(1958~2007)에게서 영감을 받은 조각을 출품하는 다소 도발적인 시도도 감행했다. 양씨는 “상당히 예민할 수 있는 지점임에도 미술관이 이 작품을 소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한 한지(韓紙) 콜라주 연작(‘황홀망’)을 10월 프랑스 파리 전시를 통해 유럽에 본격 소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모교(슈테델슐레) 교수로도 일하고 있는 그는 “내 주업은 풀타임 아티스트이고 가르치는 건 아무래도 부차적”이라며 “너무 일이 커지면 그만둬야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