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의 위대함은 길을 잇는 데서 시작된다.
1888년 서화가(書畫家) 청운 강진희(1851~1919)는 허약한 나라 조선의 통역관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그가 목격한 최초의 충격은 기차였다. 거대한 강을 증기기관차가 건너간다. 그가 수행한 초대 주미공사 등과 함께 워싱턴에서 볼티모어로 가기 위해 철도국에서 머물다 바라본 장면으로 추정된다. 재빨리 붓을 들어 한 폭의 수묵화로 옮겼다. 먹의 농담(濃淡)과 여백, 그리고 호젓이 강 위를 떠가는 한 척의 배로 인해 아메리카의 강산이 동양적 운치를 흘린다. 조선인이 그린 최초의 미국 풍경이다.
지금껏 한 번도 일반에 실물이 공개되지 않은 강진희의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가 서울 예화랑에서 처음 전시된다.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두 대의 기차가 보인다. 그러나 화면 가운데서 중심을 잡으며 전경의 근간을 완성하는 건 철교다. 철교는 화면 너머에서 시작돼 구불구불 육지와 육지를 잇고 있다. 연결의 메타포는 이 그림뿐 아니라 전시의 핵심이기도 하다. 지난해 예화랑이 개최한 서화협회 100주년 전시 직후 당시 소개 작가였던 강진희와 관련된 다른 희귀 자료를 한 애호가로부터 제공받았고, 후속 연구를 통해 이번 전시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전시 ‘연(緣): 이어지다’는 6월 18일까지 열린다.
강진희는 철도편으로 신세계를 누볐다. 이들의 개안(開眼)은 철도 부설과 조국의 근대화 의지로 이어졌다. 마침 올해가 한미 양국이 국교의 다리를 연결한 수교 140주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