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기에 동지(同志)다.
고독했던 뉴욕 시절(1963~1974), 김환기가 타향에서 의지하던 가족 이상의 존재가 바로 조각가 한용진(1934~2019), 화가 문미애(1937~2004) 부부였다. 홍익대 주최 ‘국제학생미술대회’에서 입상한 경기고 3학년 한용진에게, 당시 홍익대 교수였던 김환기가 상을 수여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두 사람은 1963년 제7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나란히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김환기는 곧장 뉴욕에 정착한다. 한용진은 이듬해 아내 문미애와 뉴욕으로 건너갔고, 196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국살이를 시작하며 창작에 매진한다. 한용진은 훗날 환기의 묘비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들의 깊은 인연이 드러나는 전시 ‘김환기 뉴욕 시대와 한용진·문미애’가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30일까지 열린다. 화랑 측은 “머나먼 땅에서 서로 힘이 돼 준 작가의 우의(友誼)를 기리기 위한 전시”라고 밝혔다. 한국 추상 조각 1세대 한용진이 인위적 각색 없이 최소한의 손질로 다듬은 돌조각, 문미애의 과감한 색면추상, 뉴욕서 완성한 김환기의 점화 실험까지 세 작가의 작품이 15점씩 사이좋게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