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작 유화 ‘나무 아래 호랑이’(32.5×26.5㎝). /ⓒ장욱진미술문화재단

1986년, 화가 장욱진(1917~1990)은 생애 마지막 이사를 단행한다.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244-2번지. 낡은 초가삼간을 고쳐 짓고, 생애 가장 왕성한 화업에 몰두한다. 그가 평생 남긴 그림 중 3분의 1에 달하는 220점이 용인 시기에 제작됐다.

호랑이해, 그림 ‘나무 아래 호랑이’도 이때 태어났다. 다리 짧은 호랑이 한 마리가 커다란 나무 아래서 긴 몸을 늘이고 있다. 나무 위에 올라간 까치, 강아지 한 마리가 정겨움을 더한다. 유족 측 설명에 따르면 정월대보름 무렵 공사 중이던 용인 집을 잠시 떠나 막내딸이 살고 있던 부산(한국콘도)에서 지내며 그린 것이라 한다. “당초 3일 정도만 있으려 했으나 작품이 잘돼 한 달 넘게 머물렀다”며 “완성한 그림은 막내딸에게 주고 다시 용인으로 떠났다”는 설명이다.

1986년 장욱진 가족이 이사한 용인 '장욱진 가옥' 내부가 현재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상혁 기자

이 그림이 작가 사후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용인포은아트갤러리에서 8월 21일까지 열리는 ‘장욱진전(展)’을 통해서다. 용인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장욱진 회고전으로, 용인문화재단 10주년을 맞아 지역 연계성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초기작(무제·1958)부터 세상을 떠나던 해 그린 그림(밤과 노인·1990)까지 60점을 모아, 가족과 자연 등 소박한 일상을 소재로 단순함의 미학을 드러낸 대표작을 일별할 기회다.

인근 장욱진 가옥에서도 연계 전시가 열린다. 초가집을 개조한 한옥 2동과 1988년 설계도 없이 장욱진이 손수 지은 양옥 1동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1995년 ‘선’(禪) 시리즈 목판화가 걸려 있다. 신발을 벗고 아담한 집안을 거닐며 당시의 화가를 떠올리게 된다.